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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스카니아 코리아 스테판 쉐그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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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스카니아 코리아 스테판 쉐그렌 사장

입력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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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파업하는 사진이지만 스카니아 트럭들이 많이 보여 나쁘진 않았습니다." 국내 대형덤프트럭(24톤 이상)·트랙터(트레일러 견인트럭) 시장에서 점유율 1위(32%)를 지키고 있는 스카니아 코리아 스테판 쉐그렌(61) 사장이 최근 화물연대 파업을 본 느낌이다. 파업사태로 화물차 업주들과 스카니아 트럭 모습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렸다는 말이다.그는 그러나 한국의 노사교섭이 여전히 힘에 의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곧 '진짜 소감'을 털어놓았다.

"스웨덴도 90년대 초 한국과 유사한 시련을 겪었고 이를 극복하는데 6∼7년의 고통스러운 기간을 보냈습니다. 1970∼ 80년대 스웨덴은 연간 임금인상률이 15∼20%에 달할 정도로 노조의 입김이 강했습니다. 치솟는 임금으로 국가경쟁력이 떨어져 90년대 초 기업부실, 가계부실, 통화가치 급락 등의 위기를 맞게 됐죠. 91년부터 정부·기업·노조 합의를 통해 임금삭감 등 긴축경제에 돌입했습니다. 개인파산 등 국민들의 고통이 극심했지만 채무상환기간 연장 조치만 있었을 뿐 채무면제 등의 특혜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 같은 고통을 겪고 난 97년 이후에 국가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거죠."

화제는 자연스럽게 한국 경제의 미래와 전망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핸드폰·반도체·조선 등 세계 1위 상품을 여럿 보유할 정도로 경쟁력 있는 국가입니다. 하지만 임금과 땅값 상승률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동북아 허브' 국가로의 발전은 어렵지 않을까요."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의 대답은 솔직하고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스카니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쉐그렌 사장은 "비결이 있어서가 아니라,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며 "113년 역사의 스카니아는 한번 진출한 시장과는 영원히 관계를 유지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외환위기 때도 철수를 고려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투자를 늘렸다는 것이다. 스카니아는 미국 판매를 중단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미국 내에 사후관리(AS)망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생활 7년째인 쉐그렌 사장은 매운 냉면과 칼국수를 즐길 정도로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친한파다. 그러나 한국의 연공서열식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연공서열 중심의 수직형 조직에서는 필연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적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너무 결과에 집착하기 때문에 '미화된 보고'가 자주 올라 오지요. 조직내 의사소통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죠." 그래서 쉐그렌 사장은 스카니아 코리아에 분권화한 수평적 조직, 실수가 용납되는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애써왔으며 그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스카니아의 전 직원은 '24시간 콜센터'에서 의무적으로 순환 근무를 해야한다. 고객의 목소리와 늘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사장의 의지 때문이다. 쉐그렌 사장은 "스카니아가 판매하는 것은 단순히 트럭이 아니라, 할부금융·보험·정비서비스가 갖춰진 통합 솔루션"이라고 말한다. 스카니아는 최근 경남 사천에 AS·부품 물류·조립·출고 등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3만평 규모의 진사컴플렉스를 완공했다. 전국 17곳에 있는 전용 애프터서비스센터도 25곳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 할부금융회사를 별도로 독립시켜 다양한 할부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스카니아 코리아는 올해 해상용 엔진 판매를 본격화하고 버스, 중형트럭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 굴절버스 한대가 서울시에 납품돼 시범운행 중이다. 용인 에버랜드에도 1대가 제공될 예정이다. 7월에는 자매회사인 일본 히노사의 중형트럭을 들여와 시장적합성 테스트를 실시한다.

젊어서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자전거 선수로 활약했던 쉐그렌 사장은 지금도 주말이면 교외에 나가 등산과 자전거 하이킹을 즐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 쉐그렌 사장은 누구

▲1942년 스웨덴 오슬레(Asele)출생

▲1966년 스웨덴 ASEA ATOM AB기계 설계부서의 기획업무

▲1977년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0년 스카니아 본사와 OVAKO Steel AB 철강공장 구매 부서장

▲1996년 스카니아 본사 수출부문 부서장

▲1997년 스카니아 코리아 사장

■ 스카니아 코리아는 어떤회사

스카니아 트럭은 1970년대에 국내 도입된 후 국내 대형트럭시장에서 30여년간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수입상용차량을 통틀어 가장 많은 약 1만2,000여대의 트럭을 판매해 왔다. 아시아자동차에 판매대행을 맡겨오다 기아자동차의 부도 후 95년 8월 스카니아 코리아(주)를 출범시켜 독자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1,736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32%로 대형트럭부문 1위를 지켰다.

나의 좌우명

기업은 각기 다른 업무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직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해주길 바라는 만큼 다른 직원을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은 공통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최고경영자의 위치는 구성원들이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자리다. 나는 경영에서 '합의'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다소 오랜 시간을 두는 편이지만, 만약 합의를 통해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모두가 그 결정에 책임을 나누어 갖는 만큼 성과도 더 커진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래서 나는 팀(TEAM)이란 단어를 모두 함께(Together)·제 각각 그러나 모두가(Each and everyone)·성취하면(Achieve)·더 많은 것을 얻는다(More)는 뜻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이 문구는 내 사무실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놓고 늘 보고있다.

조직원들이 성과를 이루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징계를 사용하는 것은 되도록 피한다. 많은 직원들은 스스로 원해서 모험을 감행하고 있고 그런 적극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성과를 이뤄내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약 실패 할 때 격려 대신 징계를 내린다면 어느 누가 창조적 모험을 감행하겠는가.

앞으로 한국인 특유의 사고방식에 많은 영향을 끼친 한국의 역사를 깊이 공부하면서 한국인을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나 역시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한국인과 다소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사고방식이 만나 보다 발전된 결과를 낳게 되기를 기대한다.

내가 본 쉐그렌 사장

내가 스테판 쉐그렌 사장을 처음 만난 것은 스카니아 본사에 입사한 후 몇 년이 지난 1980년대 초였다. 벌써 20년도 넘었지만 그와는 업무를 떠나 죽마고우처럼 지내왔다. 이제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얼 생각하고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80년대 말 스카니아가 아시아자동차와 기술제휴를 하고 스카니아 트럭을 광주에서 조립해 팔 때 나는 스카니아 한국 지점장이었다. 쉐그렌사장이 스카니아 본사의 아시아 지역 부품담당 부서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같이 일하게 됐다. 쉐그렌 사장은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을 할 때 직원들과 함께 토론해 결정을 내린다. 한번 내린 결정은 절대 후회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지녔다.

그의 뚝심은 97년 외환위기 때 특히 빛났다. 모든 수입 트럭회사들이 한국내 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했지만, 쉐그렌 사장은 오히려 한국 내 투자를 확대했다. 결국 그의 결단은 오늘날 스카니아코리아가 한국 수입 트럭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물론 사후 관리를 강화하고 한국시장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한 것도 그의 공이다. 직원들은 쉐그렌 사장을 원칙과 평등을 중시하고 믿음을 주는 리더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은 스카니아 코리아 재도약을 위해 정말 중요한 시기다. 그래서 나는 또 한번 그를 바라보게 된다. 한국에 온지 7년이 됐는데도 열정을 잃지 않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스카니아 코리아의 밝은 앞날을 예감하게 된다.

채 솔 봉 스카니아 코리아(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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