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당국이 지난해 6월 서해교전을 우발충돌로 분석하고도 북한의 계획적 도발로 왜곡 발표한 배경과 이 과정에 개입한 인사들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누가 왜곡과정에 개입했나
서해교전을 '북한의 계획도발'로 바꾸도록 지시한 군 수뇌부는 이남신 당시 합참의장과 이상희 작전본부장(현 3군사령관) 등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군 고위관계자는 "이들 합참 작전 지휘관들이 7월 초 정보당국의 결론을 보고받은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권영재 정보본부장을 통해 '계획된 도발로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당시 합참 수뇌부의 이 같은 지시를 전달받은 정보측 관계자들이 크게 반발한데 이어 일부 당국자들은 상황을 북한의 계획도발로 바꾸기 위한 대책회의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당시 군 수뇌부가 작전지휘관의 책임을 줄이고 싶어한 데다 '우발상황'에서 함정수 4대2라는 수적우위에도 불구, 우리 군이 패한 사실 때문에 햇볕정책에 대한 여론도 악화해질 것을 걱정했다"며 "패배의 책임이 큰 정병칠 2함대사령관(현 합참전략기획부장)을 문책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청와대 의견도 군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작전 실패 원인 규명
정보당국은 교전 50여일 뒤 북한 등산곶경비정이 다시 작전 배치된 사실을 확인하고는 눈을 의심해야 했다. '우리측의 공격을 받고 침몰 직전까지 갔다'고 합참이 발표한 경비정이 불과 50일만에 수리를 마친 뒤 임무에 복귀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과연 누가 우리 고속정 편대에 북한 경비정 18m까지 근접하도록 지시를 했는지 여부도 규명돼야 할 부분. 자동화포로 무장한 우리측 고속정은 상대 함정 가까이서 기동하면 사격 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도 불구, 18m까지 접근토록 함으로써 북 경비정의 선제공격을 유발했을 뿐 아니라 대응 사격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남북 함정간 최단거리가 800(약731m)∼1,000야드였다는 합참 발표의 진위도 검증돼야 한다. 그 정도 거리에서 침몰한 우리 고속정이 수동포에 의존하는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총포탄을 2,600발이나 맞았다는 사실은 해군 관계자들조차 납득하지 못한다. 이와 함께 2함대 사령부가 당시 작전 요도와 상황도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 정보본부가 별다른 위협이 없었다고 분석한 북한의 지대함 미사일과 함대함 유도탄이 합참의 발표대로 실제 우리 함정을 겨냥했는지 여부도 규명 대상이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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