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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둥지 밖으로 나온 동물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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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둥지 밖으로 나온 동물 건축가

입력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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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순 지음 잉걸 발행·1만2,000원사람만 집을 짓고 사는 게 아니다. 동물 중에도 튼튼하고 멋진 집을 짓는 건축가가 많다. '둥지 밖으로 나온 동물 건축가'는 사람보다 훨씬 앞서 자신만의 독특한 둥지를 만들며 살아온 동물 건축가들의 다양한 집과, 그들이 집 짓는 모습을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책이다. 동물생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환경운동 단체에서 일하기도 한 지은이가 곤충과 새, 포유류의 다양한 집 구경을 안내한다.

거미는 실로 건축물을 만드는 명수다. 거미줄로 공중에 그물을 치기도 하지만, 문이 달린 집을 만들기도 하고, 물 속에 집을 짓기도 한다.

문닫이거미는 땅 속에 집을 만든다. 굴을 파서 부드러운 실로 벽을 채운 뒤 실로 만든 문으로 입구를 덮어 완성한다. 물거미는 4만 종이 넘는 거미 가운데 유일하게 물 속에 집을 짓는다. 물 속에서 실을 뽑고 공기방울로 집을 만드는데, 그 안에 먹이를 가둬놓고 식사를 하고, 알을 낳을 때가 되면 공기방울로 칸막이를 해서 새끼 방을 따로 만든다.

집 짓는 재료나 방법도 각양각색 흥미롭다. 잔 가지나 나뭇잎 조각, 흙 등 흔히 구할 수 있는 것들이 모두 재료가 된다. 열대지방에서 사는 천짜는 개미는 애벌레의 몸에서 나온 끈적끈적한 실로 나뭇잎을 이어붙여 집을 짓는다.

재단사새도 놀라운 건축 솜씨를 갖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에 사는 참새보다 작은 이 새는 나뭇잎을 재단해서 구멍을 뚫고 실로 꿰매 둥지를 만든다. 부리로 쪼아 나뭇잎 가장자리를 따라 구멍을 낸 다음 거미줄이나 식물 줄기로 꿰매는 것이다. 물고기잡이의 명수인 뿔호반새는 물가의 높은 둑에 굴을 파서 둥지를 만드는데 '광부새'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 깊이가 3m나 된다.

동물 세계 최고의 건축가는 누굴까. 바로 비버다. 뛰어난 수영선수이기도 한 비버는 물 속에서 굴을 파고 운하를 만들고 물길도 내고 땅 속에 터널도 만든다. 비버는 물살이 세지 않은 개울에 작은 나무들로 댐을 쌓고 그 안에 수중 요새를 만든다. 비버의 요새는 침실과 먹이창고를 따로 갖추고 있는데, 아주 튼튼해서 40년 이상 가기도 한다.

이 책은 동물 건축가들이 얼마나 놀랍고 신기한 건축술을 갖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그들이 정성껏 지은 다양한 집에 비하면, 성냥갑 모양 아파트 등 사람들이 지은 집이 오히려 멋없게 느껴진다. 지은이의 바람처럼,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커질 것 같다. 초등 고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그리고 어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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