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가 '망국병'이라는 말은 이미 수십년 전에 나왔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부동산 투기 열풍은 여전하고, 앞으로 언제쯤 잡힐지 감조차도 잡을 수가 없다. 분명히 '나라를 망하게 할 치명적인 질환'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으면서도 치료책을 찾지 못해 병은 더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몇 사람만 모여도 화제는 결국 부동산으로 모아지고, 온갖 '무용담'들이 쏟아진다. 이러다가는 우리 사회가 영원히 부동산 투기라는 그물망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까지 든다.■ 부동산 투기가 만들어 낸 거품으로 10년 이상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곳이 일본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부동산 가격 급등이 1980년대 말 일본의 경우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일본 버블 경제의 교훈'이 그것이다. 연구소는 특정 지역의 지가 우선 상승, 부동산 관련 대출 급증, 저금리 기조, 소비자 물가 안정 등을 비교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현상은 비슷하지만 거품 붕괴에 따른 충격은 우리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일본은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도 위기를 견딜 수 있는 경제 체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극복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초 여건이 약하다는 이야기다.
■ 부동산 관련 대책은 그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왔다. 요즈음에는 하루 건너 하나 꼴이다. 더 이상 무슨 대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느 전직 대통령은 "땅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손해 보게 만들겠다"고 호언 장담했지만 결과는 전혀 신통치 않았다. 투기 방지 대책을 만든다면서 오히려 돈이 모이게끔 정책을 폈다.
■ 왜 그랬을까. 정부는 최근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상위 5만∼10만명에 대해 세금을 무겁게 물리기로 했다. 그런데 왜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는 질문에 재정경제부 고위 간부는 "근거가 없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등 여러 통계를 봐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가 소득 격차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심각한 부의 격차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부동산의 80%에 달하는 토지소유 실태를 극비에 부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해'된다. 정책 수립에 가장 핵심이 되는 기본적인 통계조차 없는데 어떻게 정책이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통계를 숨기는 이면에서 부동산 투기는 극성을 부리고, 부의 격차는 급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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