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공간'(異度空間)은 영화의 작품성 자체를 벗어나 장궈룽의 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영화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서 예전보다 더 자주 귀신을 보게 된 번역가 얀(임가흔·林嘉欣). 얀을 치료하던 정신과 전문의 짐(장궈룽·張國榮)은 얀이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귀신을 보게 된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정성껏 돌본다. 얀이 점차 회복하는 사이 짐의 눈에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고 있었다거나 의사가 억제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환자와 사랑에 빠지며 되살리게 된다는 설정은 꽤 매력적이다. '귀신' 영화가 아니라 심리 호러 영화의 전통이 약한 홍콩 영화계에서 나온 영화치고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나 영화가 단지 스크린에 필름을 영사하는 기계적 장르가 아님을 '이도공간'은 증명하고 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장궈룽의 우울한 연기, 죽음을 예견한 듯한 슬픈 표정을 바라보는 객석은 묘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빠지기 때문이다. 더 이상 스크린에서 그의 새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도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래서 장궈룽의 영화치고는 범작 수준에 머물렀을지 모르지만, 영화에 대한 애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스크린 속의 그는 47세로 사라지기엔 너무 아름답다. 감독 나지량. 5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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