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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후 1년/월드컵공원 개장 1년… 되살아나는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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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후 1년/월드컵공원 개장 1년… 되살아나는 생태계

입력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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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롱이 두 마리가 하늘에 떴다. 천연기념물 323호인 황조롱이는 덩치는 작아도 다른 동물을 잡아 먹는 맹금류. 당황한 까치 떼는 새끼가 있는 둥지 부근에서 소란스럽게 울어댄다. 나들이 나온 청둥오리도 수풀 사이로 새끼들을 몰아 넣고는 황조롱이가 사라지기를 기다린다.긴 부리로 물속을 헤집던 쇠백로는 10여분 만에 물고기 한 마리를 건져 올렸다. 그 순간 덩치 큰 왜가리가 나타나 물고기를 채간다. 그러나 억울한 마음도 잠시 뿐, 갑자기 인라인 스케이트 행렬이 몰려왔고 쇠백로는 줄행랑치기 바빴다.

개장 1년이 된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요즘 매일 되풀이되는 풍경이다.

월드컵공원이 들어선 난지도(蘭芝島)는 원래 난초와 영지가 많았던 아름다운 땅, 자연의 보고(寶庫)였다. 하지만 1978년 쓰레기 매립이 시작되면서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93년까지 9,200만톤이 매립돼 98m 높이의 쓰레기산 두개가 만들어졌다.

쓰레기 침출수와 악취, 유해가스가 범벅이 된 이 곳에서 98년 인근 월드컵경기장 건설 공사와 함께 공원화 작업이 시작됐다. 쓰레기 산은 자연생태학습장인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으로 거듭났고, 검은 물이 흐르던 난지천과 한강 주변은 평화의 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이렇게 탄생한 월드컵공원에서는 지금 생태계의 질서가 되살아나고있다. 월드컵공원관리사업소에 따르면 식물 93과 431종, 야생조류 36과 90종, 양서·파충류 9과 12종, 어류 4과 15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의 보고에서 죽음의 땅으로, 다시 생명의 땅으로 변한 월드컵공원은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큰 재앙이 되는지, 그러나 파괴된 자연을 되살리려는 인간의 노력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글·사진=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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