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채권단이 자구안 마련을 위한 SK그룹과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고 SK글로벌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키로 결의함에 따라 재계 3위 SK그룹의 공중분해라는 최악의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과 SK그룹 모두 계속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막판 극적 타결의 여지는 남아 있다.왜 법정관리 선택했나
채권단이 28일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3개월에 걸친 협상에도 불구, SK그룹이 SK글로벌 정상화 의지를 확인시켜 주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SK그룹은 채권단 공동관리 개시 이후에도 해외 은닉자산이나 부실규모를 밝히지 않는 등 신뢰를 깨는 행동을 해왔다"며 "특히 채권단이 SK글로벌에 대한 국내 순매출채권 1조원 전액에 대해 출자전환을 요구했는데도 SK(주)가 국내 매출채권 4,500억원, 해외 현지법인 매출채권 중 4,500억원 등 9,000억원만 제시한 것은 더 이상 SK글로벌을 정상화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SK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SK글로벌을 계속 채권단 공동관리로 끌고 갈 경우와 아예 깨끗이 청산할 경우의 대차대조표를 계산, 청산형 법정관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SK글로벌의 1년 영업이익을 4,000억원으로 잡아도 SK글로벌이 버틸 수 있는 최대 부채규모는 4조원(이자율 8% 계산)이고, 이 경우 채권단이 부담해야 할 출자전환 규모는 4조원(SK(주) 출자전환분 6,000억원 가정)에 달하기 때문이다. 전체 채권액이 8조6,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출자전환에 따른 손실율은 무려 46%에 달하고, 이는 청산시 채권손실율 60∼65%와 별 차이가 없다는 계산이다.
협상 가능성 남아
이날 채권단의 법정관리 신청 결의는 법적구속력이 없는 운영위원회 결정이고, SK그룹도 운영위가 끝난 직후 "법정관리 결의를 다시 한번 재고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혀 타협의 여지는 남아 있다.
이노종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 전무는 "SK글로벌 정상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출자전환 규모에 대해서도 당사자인 SK(주)가 감내할 수 있고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SK(주)와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채권단도 당초 운영위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법정관리 추진'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출자전환 규모와 기타 자구안 내용이 문서로 전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 입장은 추후 발표하겠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설사 법정관리 신청이 채권단 협의회에서 최종 확정됐다 하더라도 SK그룹이 채권단이 요구하는 수준의 자구안을 제출하면 다시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며 "법정관리 신청을 위한 실무준비는 계속 해나가되 협상 창구는 열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청산시 엄청난 경제 파장
SK글로벌이 청산될 경우 SK그룹은 물론 은행권과 국내 금융시장 전체에 유무형의 막대한 손해가 불가피하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SK글로벌 보유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공중분해 될 전망이다. 특히 자본금 3,285억원 중 2,419억원이 잠식된 SK해운 등 일부 부실 계열사는 채권단의 여신 회수로 동반 퇴출될 위험성도 있다.
SK(주) 또한 SK글로벌 투자손실 6,500억원과 매출채권 1조5,000억원 손실 등으로 상당한 자금부담을 안게 되며, SK글로벌에 위탁했던 주유소 영업망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SK(주)의 대외 신인도 하락에 따른 원유수입 차질로 국내 산업 전반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금융시장 역시 유동성 위기에 몰린 SK그룹 계열사의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이들 계열사의 회사채가 편입된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 대한 대규모 환매사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른 기업들도 채권손실을 입은 은행권의 여신 압박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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