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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色은 되도 섹스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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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色은 되도 섹스는 안돼?

입력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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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개봉한 ‘베터 댄 섹스’는 할리우드산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데도 스크린을 전국 50여 개나 잡으며 비교적 활발한 마케팅을 벌였으나, 개봉 직전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지하철 역사 내 동영상 광고를 시도했으나 “야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고, 몇몇 대학에서도 비슷한 꼴을 당했다. 제목에 ‘섹스’가 들어갈 뿐 본격 섹스 영화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방법이 없었다고 수입사는 설명했다.사실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은 이렇다. 어찌하여 만난 두 사람이 아웅다웅 다툼을 벌이다가 사랑에 빠지고, 한 번쯤 어긋났다가 다시 감격적으로 해후, “쪽”하며 끝나는 식이다. ‘베터 댄 섹스’는 그게 거꾸로다. 하룻밤 사랑으로 만난 남녀가 어찌하여 서로 얽히게 돼 순정을 키워 나간다는 것. 극단적으로 말하면 애니메이션 ‘슈렉’에서도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피오나와 슈렉이 영원히 손만 잡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베터 댄 섹스’는 통상 로맨틱 코미디가 끝나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했을 뿐이다.

문제는 ‘섹스’라는 단어다. 섹스에 대한 묘사나 끈적끈적한 정서로 치면 ‘색즉시공’이 그보다 못할 리 없었지만, 교묘한 제목으로 비난을 비켜갈 수 있었다. ‘섹스’를 소재로 삼은 영화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섹스’란 단어를 제목에 사용한 경우는 곧 개봉할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감독 봉만대)을 제외하고는 42편 뿐이다. 일반적인 예상보다는 매우 적다.

물론 ‘베터 댄 섹스’ 홍보사가 ‘오버’한 부분도 없지 않다. ‘매트릭스에서는 볼 수 없는 매트리스 위의 모든 것’이라는 광고 문구에는 ‘섹스 영화’로 관객을 유인하려는 술수(?)가 적잖이 담겨 있다. 때문에 제목에 과민 반응한 사람들을 더 자극한다.

아무튼 섹스 영화라 하더라도 ‘섹스’라는 말을 제목에 사용하면 필요 이상의 과민반응을 불러 일으킨다는 사실은 ‘베터 댄 섹스’의 마케팅 홍역이 증명했다.

“스님 ‘색(色)’이란 무엇이옵니까” “그것은 곧 공(空)이니라” “아, 예. 그럼 섹스는 무엇이옵니까” “뭬야, 어린 넘이…(싸가지 어쩌구 네 부모 저쩌구).” 이렇단 얘기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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