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또 나섰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올 1월 금융노조 및 조흥은행 노조위원장과 극비리에 만나면서 실타래가 꼬이기 시작한 조흥은행 매각문제를 두고 또다시 청와대가 '해결사'를 자청, 노조측과 직접 만나기로 했다. 노조가 "제3자 실사를 통해 조흥은행 독자생존 여부를 판단해보자"던 1월의 대통령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청와대는 "노조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뿐 매각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내심 대화를 통해 노조를 설득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조흥은행 매각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 대응' 원칙을 밝혔다가 '백기'를 들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시행에 반대하는 전교조에 대해서도 "정부의 굴복을 요구하면 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가 끝내 무릎을 꿇은 청와대의 중재가 반가울 리가 없는 것이다. 노조를 설득하러 만났다가 또다시 노조에게 질질 끌려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조흥은행 노조가 최근 실사과정의 외압설을 제기한 것도 노조에 약한 청와대를 다분히 의식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노조 면담 이후 이미 실사가 끝난 조흥은행을 다시 한번 실사하느라, 또 외압시비와 노조반발의 홍역을 치르느라 넉 달이 흘렀지만 협상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번 노조와의 대화 수용으로 일단 파업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청와대가 계속해서 현안마다 일일이 개입하고 경제논리와 노조압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 파업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남대희 경제부 기자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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