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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동북아 평화번영의 訪日외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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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동북아 평화번영의 訪日외교를

입력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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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불경기와 부동산투기, 각 사회집단의 집단행동 등과 함께 친인척의 재산문제까지 겹쳐 어수선한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또 하나의 어려운 과제를 맞고 있다. 내달초 한일정상회담이다. 이번 방일은 지난 한미회담과 최근의 미일회담의 결과를 한데 묶어 한미일 관계를 포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선 두 회담에서 합의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지만, '평화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노 대통령으로서는 또 하나의 시험대 위에 서는 것이어서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지난 한미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합의했다고 공언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추가조치'의 내용이 불분명하고, 더구나 최근에 이뤄진 미일회담에서 일본의 역할이 어떻게 규정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방일외교의 귀추에 대한 관심과 함께 지난번과 같은 실망과 우려가 반복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몇 년간 동북아는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과 일본의 대북 국교정상화 노력에 힘입어 지역 당사자중심의 질서로 재편되는 듯 하다가, 미국의 견제가 커지면서 이런 움직임이 크게 후퇴했다. 이번 방일은 동북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질서의 재확인이나 강화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동북아시아에 잠재하고 있는 당사자주의가 소생하느냐의 갈림길에 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아가 함께 성취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북핵을 빌미로 군사대국으로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의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이해관계와 밀접히 연관된 것이어서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중국과의 입장조율을 통해 이 문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른바 납치문제가 부상한 이후 팽배해진 일본 내 우파들의 재일 한인들에 대한 차별과 위협을 시정할 수 있도록 일본정부에 명시적인 요청을 해야 한다. 일본의 조선학교는 점차 그 이념성을 탈각하면서 민족학교로서의 성격을 강화해가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사정에 놓여 있다. 재일 한인의 경제적 상황도 버블경제 붕괴 후에 크게 악화하였다. 이들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과 격려의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셋째, 작년 한일 월드컵 이후 조성된 젊은 세대의 상호이해 분위기를 보다 발전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올바른 과거사인식을 위해서는 말로만 주장할 게 아니라 실제로 이것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공동의 평화 및 역사현장 답사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근래에 여러 기금이나 기구를 통해 양국간 교류기회가 증가했지만, 문화교류에 한정되어 있고, 지역적으로나 규모면에서 여전히 제한되어 있으므로 이를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넷째, 일본에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만드는 평화프로그램에 일본이 참여하도록 권유하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일본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북한을 공동으로 위협하고 봉쇄하는 방향이 아니라 한때 일본이 추진했던 북한과의 수교문제를 진전시키는 방향으로 사태가 진전되도록, 우리 정부의 가시적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가 국제정치의 구조적 한계에서 움직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한국정부의 보다 능동적인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혹시라도 노 대통령이 방미외교에서 실추됐다고 생각하는 명예를 일시에 회복하려 한다면 오히려 이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불행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긴 안목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정 근 식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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