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최근의 노사분규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자신의 의지가 충분히 관철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 자신은 '법대로'를 주문했으나 협상에 나선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가 현장에서 타협해왔다는 얘기다.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노사협력 유공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지만, 그렇다고 정부측 협상 당사자들을 질책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웠다. 노 대통령은 오히려 현정부의 갈등해결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화와 타협'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현장 타협'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 평소 강조해온 시스템에 의한 문제 해결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스템을 이루는 기본적인 축은 법과 제도임에도 불구, 협상 당사자의 타협 자세에 의존하는 것은 인적인 요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이 결과적으로 '타협 만능주의'로 발전할 경우엔 법과 원칙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점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가장 좋은 판결도 가장 나쁜 합의만 못하다"는 얘기를 했을 뿐 타협보다는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할 경우의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노 대통령이 이날 두산중공업 파업, 화물연대 운송거부 및 NEIS 시행 문제 등을 예로 들며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듯이 타협의 내용도 문제다. 이익집단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형태라면 타협은 언제든 가능하다.
앞으로의 노사분규나 사회적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이 사례들이 선례로 작용할 경우 정부가 내세우는 '대화와 타협'의 기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집단이든 사회적 긴장을 고조시켜 놓으면 정부측이 타협에 응해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노조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주문했지만 앞으로 타협의 내용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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