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 일본어 교수 소개로 한 재일동포 3세를 알게 되었다. 스무 살을 갓 넘긴 그 남학생은 한 눈에도 일본 젊은이처럼 보이는 외모에 한국말도 서툴러 나와 친구들은 일본어로 안내를 해주었다.일주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날 술자리를 마련했다. 주는 대로 덥석덥석 술을 받아 마신 그는 참았던 불만을 토해냈다. 왜 자기를 한국인으로 보아주지 않느냐는 불만이었다.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려고 심각하게 고민하다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한국에 왔지만 모두 자신을 외국인 취급하고 일본어로만 말을 걸어오니 모국에 와도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우울해 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외국인 취급을 받는다며 어느 나라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슬픔을 처음 마셔보는 소주로 달랬다.
일본에서는 일본 국적을 가진 엄연한 일본인인데도 재일 한국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고, 한국에 와서는 한국인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어지지 않는 그의 애매한 신분. 솔직히 나도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그를 진짜 한국인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우리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난생 처음 한국을 찾는 재일동포 3세들을 그저 이방인으로 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할머니와 한국말로 대화하기 위해 빨리 한국말이 능숙해졌으면 한다는 그의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hyosin·독자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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