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세계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는 반면 지난 2월 우여곡절끝에 체결된 한·칠레 FTA의 6월 국회비준이 농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세계 각국의 FTA 체결 경쟁에서 뒤 처져 수출 경쟁력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의원 과반수 한·칠레 FTA 비준 반대
28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당초 4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던 한·칠레 FTA 국회비준이 6월 통과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칠레 FTA 비준에 반대하는 농민단체 홈페이지에 '반대' 서명을 한 국회의원이 140명으로, 전체 국회의원(273명)의 과반수를 넘었다"고 말했다. 반면 칠레는 당초 예정대로 이 달 중 칠레 의회의 FTA 비준이 확실시 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이 첫번째로 맺은 FTA가 국회에서 비준을 받지 못할 경우 통상정책의 국제적 신뢰 실추는 물론, 칠레와의 관계가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FTA 독불 장군
현재 한국은 146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FTA 협정이 공식 발효되지 않은 6개 국가 중 하나이다. 이들 6개국 중 4개국이 중화권인 중국, 마카오, 대만, 홍콩인 것을 감안하면 FTA에 관한한 한국은 전세계에서 완전히 고립된 국가인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WTO의 다자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난항을 보이면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무역관행의 축을 FTA로 급속히 이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FTA에 소극적이던 미국은 동남아 지역 진출의 교두보인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했으며, 23일에는 중동의 바레인과 FTA 협상을 선언했다. 일본 역시 멕시코와 연내 FTA를 체결키로 합의했으며 동남아 각국과 FTA 체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FTA란 쉽게 말해 해당 국가의 관세를 깎아주겠다는 협정"이라며 "따라서 한국이 FTA에서 배제될 경우 경쟁국 보다 고율 관세를 물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수출 경쟁력의 타격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일본이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면 10∼20%에 달하는 일본산 자동차의 관세가 면제된다"며 "이 경우 멕시코와 미국 등지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번순 수석연구원도 '한국의 FTA 전략'보고서에서 "수출의존도가 36%에 달하는 한국 경제는 관련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미국이나 멕시코, 중국 등 전략국가와의 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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