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혼한 김모(43·실내장식업)씨는 인터넷 채팅을 하다 지난해 8월 A(16·당시 중3)양을 만났다. 김씨는 자신이 계모 슬하에서 불우하게 자랐으며 현재 이혼한 상태라고 소개해 A양의 동정심을 유발시키는데 성공했다. 잦은 채팅을 통해 A양과 친밀해지자 김씨는 급기야 "너의 영혼까지 사랑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내는 등 구애작전을 본격화했다. 김씨는 이어 한달 만에 A양을 꼬드겨 자신의 집에서 성관계를 맺고 45일간의 동거생활을 시작했다.이후 김씨는 겨울방학 중 A양과 15일 동안 두번째 동거를 한데 이어 올해 초부터는 A양의 집 근처에 월세방을 얻어 반(半)동거에 들어갔다. A양은 학교와 집을 오가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김씨의 자취방을 드나들었다. 부모와 친구들까지 감쪽같이 속인 이 기막힌 동거는 이들이 경기, 강원 일대로 떠돌이 생활을 시작한 5월 초까지 계속됐다.
일거리를 찾아 경기, 강원 일대를 떠돌기 시작한 김씨는 A양을 데리고 계곡과 호수 주변에 텐트를 치고 지내며 야영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김씨는 결국 A양 부모의 납치신고를 받은 경찰의 끈질긴 추적끝에 27일 강원 화천군 인근에서 붙잡혔다.
하지만 딸을 되찾은 기쁨도 잠시, A양의 부모는 경찰서에서 딸의 황당한 진술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 A양이 "내가 좋아하는데 무슨 상관이냐. 아직도 사랑한다"며 끝까지 김씨를 감싸고 나선 것. 그러나 김씨는 "A양이 자신을 귀찮게 따라다닌 것"이라며 뻔뻔하게 혐의를 부인하다 경찰이 "그렇다면 왜 딸 같은 여학생과 동거했냐"고 묻자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김씨를 미성년자 유인, 간음 등 혐의로 28일 구속한 서울 북부경찰서 형사는 "인터넷 채팅사이트에는 순진한 여학생들을 노리는 늑대 같은 파렴치범들이 우글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혀를 찼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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