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발표한 '정부 부처 예산운용 실태 감사' 자료를 보면 국민의 세금이 얼마나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가가 여실히 드러나 놀라울 따름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혈세가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막대한 예산을 잘못된 사업계획으로 낭비하거나 다른 목적에 사용한 경우는 일부 부처에 국한되지 않았다. 환경부 교육부 조달청 국정홍보처 관세청 복지부 철도청 식약청 등 대부분의 부처가 이에 해당됐다. 정부 부처가 집단적인 도덕적 해이에 빠진 셈이다.
조달청의 경우는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과 김성호 전 복지부 장관은 조달청장 재직시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예산을 전용해 선물 구입비 등에 사용했다. 권 수석은 이에 대해 "선물은 조달청을 위해 활동하는 외국 전문가 등에게 준 것이며, 업무 추진비는 직원의 부조금 축의금 등으로 사용한 것이어서 영수증 증빙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개인용으로 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런 식이라면 얼마든지 예산을 전용해 써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두 전직 조달청장들의 행위는 규정을 어긴 편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감사원 자료에서 나타났듯 기관장들의 예산 전용은 하나의 관행처럼 굳어버린 감이 있다. 내부 통제에 앞장서야 할 기관장들부터 편법을 일삼는다면 예산 집행은 제대로 될 리가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감사원이 감사 내용의 전문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그냥 쉬쉬했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을 계기로 정부는 예산 집행의 투명성 적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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