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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사회 만들기]담뱃값과 담배끊기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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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사회 만들기]담뱃값과 담배끊기의 과학

입력
200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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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5월 초부터 범국민 금연운동을 벌이고 있다. 때늦은 것이나마 격려를 아끼지 말일이다. 국내 언론사로는 초유의 일이라 그만해도 의의가 크다. 앞으로 더욱 많은 성과가 있길 바란다.여기서 새삼 담배가 해가 크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참은 아니다. 사실 모두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민망하다. 안 그래도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고 있을 흡연자에게 그리 도움도 안된다. 해롭다는 이야기를 반복한다고 해서 담배를 덜 핀다는 증거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매해 첫날부터 벌어지는 금연 열풍도 마찬가지다. 시작은 요란하지만 몇 달 안가 뱀꼬리 마냥 흐지부지 되돌아온다. 이주일씨의 눈물겨운 호소도, 차마 보기에 끔찍한 겁주기도 흡연을 확 줄이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담배끊기는 그만큼 어렵다. 숱한 이벤트와 광고, 교육에도 불구하고 흡연율이 세계 최상위권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걸 보라.

사회적 관심과 투자에 비해 실적이 형편없는 데에는 이유가 따로 있다. 하나는 담배끊기를 만만하게 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식'으로 덤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금연 정책은 오로지 개인의 결단만 쳐다보고 있으면서도 대책없는 낙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만만하게 상식만 갖고 덤벼서는 담배와의 전쟁은 백전백패다. 만날 '결단하라'를 외쳐봐야 소용없다.

이제야 본론을 말할 참이다. 담뱃값을 올리자. 그것도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 이유는 이것이 '과학적'인 금연정책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관련 연구를 다 뒤져도 금연효과가 확실하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방법은 두세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담뱃값을 올리는 것이 가장 유력한 방법에 들어간다. 오해가 있을까 봐 다시 강조하지만, 이건 조세정책이 아니라 건강정책이다.

과학적 근거는 이렇다. 미국의 연구에서는 담뱃값을 10% 올리면 담배 소비가 4%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청소년의 소비감소가 더 커서, 담뱃값이 10% 올랐을 때 이들의 소비는 12% 줄었다. 올해 미국 국립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조사한 내용도 비슷하다. 2003년 담배를 피는 미국 고교생의 비율은 29%로 지난 99년보다 6% 포인트 줄었는데, CDC는 중요한 이유를 담뱃값이 오른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은 우리나라 고3 학생들의 흡연율이 30.2%, 전체 고교생의 흡연율은 23.6%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담뱃값을 올리자고 할 때 과반의 목표는 바로 이들이다. 이들의 건강이 국가의 미래일진대, 담뱃값 올리기를 누가 왜 두려워하는가.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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