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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 화순 內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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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 화순 內里

입력
200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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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和順)은 전라남도에서 산지가 많은 오지이지만, 이름만은 평야지방 못지않게 부드럽다. 화순 가는 길은 나주에서 남평을 거쳐 들어가거나 광주에서 무등산 자락을 돌아 들어가는데, 화순읍에서 보성 쪽으로 가다가 사평에서 동복 방향의 지방도를 타고 산지로 더 들어가면, 안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내리(內里) 입구를 만난다.화순 내리의 마을숲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데 그 길이가 자그마치 1㎞를 넘는다. 지금은 중간 중간 나무가 없어 단절된 부분이 있으나 예전에는 물길을 따라 거목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었을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렇게 죽 늘어서 있는 숲을 갤러리 숲이라고 한다. 골프 관중을 갤러리라고 하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내리의 마을숲을 보고 있으면, 거목들이 하천을 따라 죽 늘어서 고개를 빼 들고 마을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연상할 수가 있다. 이들은 단순히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불어오는 강풍과 마을의 발바닥을 파고드는 물살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 점이 서양의 갤러리 숲과 다르다.

이런 독특한 기능은 우리 전통인 풍수지리에서 기인한다. 옛말에 "동구 밖에서 마을이 들여다보이면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 있다. 멀리 북서쪽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적벽산이 마을의 주산인 모후산 자락의 호랑이 기운과 상충하기 때문에 이를 가릴 수 있는 숲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그 시절에는 지금 우리가 아는 과학적 지식이 없어 이렇게 비유적으로 표현했겠지만, 지금 마을 숲을 돌아보면서 주변 지형을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선조의 혜안에 머리가 숙여진다. 전남에선 흔치않게 높은 모후산(표고 919m)에서 흘러내리는 물살이 자못 거칠고, 북서풍은 멀리 나지막한 언덕 아래로 너른 들을 거침없이 달려온다. 마을을 감싸 도는 평촌천을 따라 늘어선 숲은 이런 물살과 바람을 순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쾌적한 생활을 누리게 해준다.

이 숲에는 느티나무, 팽나무, 미루나무 등 거목이 숲의 지붕을 잇고, 그 사이에 상수리나무들이 힘자랑하듯이 버티고 서 있다. 숲 속에는 천연기념물인 원앙을 비롯하여 박새, 곤줄박이, 딱새, 찌르레기 등이 날아다니고, 하층에는 가막살나무, 꾸지뽕나무 등이 다양성을 보태주고 있다.

특히 느티나무와 팽나무의 어린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미래의 숲도 거듭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관리하기만 하면 숲의 장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곳곳에 창고와 집이 들어서 있으며, 심지어 폐차와 농기계를 버려 둔 곳도 눈에 많이 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집은 자기 정원을 단장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어떤 집은 쓰레기 더미만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마을 어른들은 이웃마을 연둔리 마을 숲처럼 정부의 지원을 바란다. 하지만 연둔리 주민들은 정부 지원에 앞서 후계림을 조성하기 위해 나무를 심고, 이용자 준수사항을 만드는 등 보호관리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내리의 마을숲도 마을 주민들의 대화와 참여가 선행되어야 정부 지원과 함께 장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신 준 환 임업연구원 박사 kecology@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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