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7일 형 건평씨의 재산 의혹, 측근인 안희정씨의 정치자금 수수 그리고 생수회사 장수천 문제 등에 대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하기로 한 것은 이 의혹들이 확대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그 동안 "한나라당과 언론이 쓸데없이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고 해왔지만, 노 대통령이 "밝힐 것은 밝히고 털고 갈 것은 털고 가겠다"고 결심한 것이다.사실 최근 상황과 관련 청와대 주변에서는 "대통령 취임 후 100일이 아니라 퇴임 전 100일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건평씨 문제는 정권 말에 불거지는 친인척 비리를 연상케 하고 있고, 안희정씨 사건은 노 대통령의 정치자금에 대한 의혹을 낳고 있다.
때문에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면 현 정부는 임기 내내 의혹과 시비에 휘말려 한나라당의 '도덕성 공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특유의 스타일대로 정면돌파에 나선 것이다.
원래 참모진은 문재인 민정수석이 27일 건평씨 부분에 대해서만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노 대통령에게 의견을 올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재임 중에 생긴 친인척 비리가 아닌, 취임 전에 있었던 개인적 차원의 문제이고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직접 설명하겠다"고 해 이날 아침 갑자기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나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아끼던 안씨에 대해서도 밝히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건평씨, 안씨 건에 대해 직접 해명하기를 원했으나 보좌진들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말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기자회견은 '노 대통령과 관련돼 그 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사항'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준비되고 있다.
건평씨 부동산의 실소유주가 노 대통령인지 여부, 부동산 가압류 과정에서의 대여금 출처 의혹, 안씨가 받은 돈이 노 대통령의 정치자금인지 여부가 설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이번 물의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수준의 발언이 나올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노 대통령은 일정부분의 의혹을 시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