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콧수염, 중절모, 모닝 코트, 지팡이로 무장한 거지 신사. 바로 눈물과 웃음, 유머와 페이소스를 동시에 보여준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1889∼1977)이다. 무성 코미디 영화를 하나의 가치 있는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그를 팬들은 영원히 추억한다. EBS '일요시네마'가 6월을 채플린의 달로 정해 한 달간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그의 대표작을 방송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프랑스 영화 제작·배급사인 MK2가 올해 선보인 디지털 복원판 시리즈 10편 중 5편을 골랐는데, 매편마다 유명 영화 감독들이 나와 채플린 영화에 대해 추억하고 분석하는 26분짜리 다큐멘터리가 수록돼 있다. EBS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복원판 채플린 영화들을 TV로 방송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황금광 시대'(1일 방송) 황금을 찾아 알래스카에 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채플린이 제작 감독 각본 주연 등 1인 4역을 맡았다. 상업주의와 타협해 사회비판적 성격은 옅은 편. 1925년작.
'시티 라이트'(8일) 채플린의 작품 중 가장 감상적이고 인간미가 넘치는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떠돌이와 그를 부자로 오해한 눈먼 소녀와의 애틋한 사랑을 그렸고, 미국 자본주의 번영 속에 숨겨진 빈부격차 문제, 계급간의 사랑과 갈등이 녹아 있다. 31년작.
'모던 타임즈'(15일) 컨베이어 시스템에서 하루 종일 나사못을 조이는 바람에 기계처럼 되어버린 노동자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희극 영화사상, 최고의 블랙코미디로 손꼽히는 작품. 돈과 기계에 얽매인 미국의 자화상을 풍자적으로 그렸다. 36년작.
'위대한 독재자'(22일·사진) 히틀러를 상징하는 독재자 힌켈과 그를 닮은 유대인 이발사를 통해, 독재정치가 인간의 삶에 끼치는 폐해를 풍자적으로 묘사한다. 무성영화만을 고집했던 채플린이 만든 최초의 완전 유성영화다. 40년작.
'라임라이트'(29일) 지금은 몰락한 왕년의 명코미디언 칼베로와 무용수 지망생인 처녀와의 사랑을 그린 자서전적인 영화. 어린 시절을 보낸 런던의 뒷골목, 예술가의 창조적 삶 등의 소재를 고독과 우수 섞인 시선으로 다룬다. 52년작.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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