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L자'형 침체(경기 하강 후 침체상황 지속)의 늪에 빠질 것인가.1·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극히 안 좋은 3.7%로 집계된 데 이어 2분기에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2%대나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갈수록 경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하반기부터 경기가 풀리면서 'U자'형 반등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에는 2분기보다 3분기가 더 나쁘고, 빨라야 4분기∼내년 초에나 완만한 '상승 전환(업 턴)'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지루한 바닥 국면이 지속되는 'L자'형이 될 가능성이 높고, 잘해봐야 'U자'보다는 훨씬 완만한 '바나나' 형태의 느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LG증권은 27일 보고서에서 "국내 경제성장률은 작년 4분기 6.8% 고성장에서 올 1분기 3.7%로 급락한 후 4분기까지 계속 3%대에 머물 것"이라며 "4분기까지 'L자'형 부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덕청 L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L자'형 부진은 내수 및 수출 모두 뚜렷한 개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현재 3.1%인 실업률이 4분기 3.8%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망도 낙관적인 편이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2분기에 1∼2%만 성장해도 다행"이라며 "3분기에는 3%안팎으로 약간 나아지겠지만 강한 반등은 어렵기 때문에 2분기에 바닥을 친다고 얘기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센터장은 "지표경기는 3분기에 저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지만, 체감경기는 내년까지도 안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L자', 또는 '바나나'형에 가까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승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초 "지금이 경기 바닥이며, 'V자'형 반등은 어렵겠지만 'U자'형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지만, 최근 들어 한은 내부에서도 'U자'보다는 'L자' 가능성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내수와 설비투자 부진에 이어 경제성장을 견인할 마지막 보루인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5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2%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사스가 장기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은 연간 13억달러 이상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4월말에 소비자·기업 체감경기 지표들이 전달에 비해 다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이라크전 종결 등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며 "체감·지표 경기는 당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