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가 '금혼 학칙' 때문에 학업을 중도 폐기한 동문을 대상으로 재입학을 허가한 이후 처음으로 70대 할머니 동문 2명이 재입학을 신청했다.주인공은 사범대 교육학과 51학번 강모(72) 할머니와 같은 학번 국문학과 정모(72) 할머니. 교사가 꿈이었던 강 할머니가 정든 대학을 떠난 것은 54년 10월. 대학 졸업장을 꼭 받고 싶었지만 집안 어른들의 권유로 3학년 때 남편과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금혼 규칙 때문에 몰래 결혼식을 올렸지만 '불운하게도' 당시 과 조교에게 발각돼 퇴학 통고를 받았다. 학업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지만 결혼 후 남편이 해군 장교로 장기간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바람에 네 자녀를 키우느라 다시 공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미 손자를 본 나이지만 교생 실습까지 마쳤던 강 할머니는 며느리에게만 알리고 지난 26일 학교에 재입학 신청서를 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이화여대가 개방의 문을 열고 졸업할 기회를 줘 고맙다"고 소회를 밝힌 강 할머니는 올 2학기 49년 만에 다시 캠퍼스를 밟을 꿈에 부풀어 있다.
재미 수필가로 활동해온 정 할머니도 최근 미국에서 재입학 신청서를 보내왔다. 학교측은 오는 30일까지 재입학 신청을 받은 뒤 내달 중 재입학 사정위원회를 열어 이들의 재입학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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