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수업을 학생들로부터 평가 받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배워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 학생 수업평가의 매력이다.개별 교사의 학생 수업평가
서울 영신여고 노규호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받은 '수업 평가서'의 내용을 보면 학생들이 수업을 보는 눈이 매섭다는 것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를 조용히 시킨다고 크게 소리지르시는데 그럴 때마다 깜짝 놀라요. 제발 안 그러셨으면….' '수업 내용이 너무 어려워요. 우리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은데….'
노 교사는 수년간 학기말마다 학생들에게 자신을 평가하게 해왔다. 그는 "학생들도 시험을 통해 학업성취도를 평가 받는 만큼, 교사의 수업 내용에 대한 평가도 당연한 것"이라며 "아이들의 쓴소리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바쁜 일에 쫓겨 수업 준비를 소홀히 한 것, 무심코 던진 한 마디말도 아이들은 놓치지 않았다.
노 교사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학생들의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 문래중 정병오 교사는 '말이 너무 빨라서 알아 듣기 힘들다'는 지적을 듣고 조금씩 속도를 늦췄다. '주관식 시험은 어려우니 없애달라'는 요청은 "주관식 평가는 내 교육적 소신이니 바꾸는 게 곤란하다"고 아이들을 이해시켰다. 정 교사는 "학기초에 수업평가를 한다고 예고하니 아이들이 깜짝 놀라면서, 수업 태도가 더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전국 확산 움직임
이같이 몇몇 교사들 중심으로 진행돼온 학생 수업평가는 조만간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3,000여명의 기독교사 모임인 '좋은 교사'가 '스스로 하는 수업평가'를 6월 2일부터 대대적으로 전개키로 한 것. 학교별, 과목별 특성에 맞춘 다양한 평가 방법이 만들어져 회원들에게 배포될 계획이다.
수업평가의 최대 목표는 학생, 학부모와의 신뢰 회복이다. '좋은 교사'의 신병준(전주 신흥중 교사) 공동대표는 "옛날에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촌지를 받거나 아이들을 차별하는 등 교사의 도덕성과 관련된 부분에 쏠렸다면 최근에는 '실력이 없다'는 등 전문가적 자질에 집중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이 교단이 황폐하고 교원단체간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신뢰회복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지향하는 수업평가의 내용은 '나의 수업을 비판한 아이를 칭찬하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또한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실명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교사들의 자발적 수업평가는 타율적인 교사 평가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2000년 말 정부가 시도했던 교원 평가를 통한 성과급 차등 지급은 교사들의 반발이 커 도입에 실패했지만 '좋은 교사' 회원들은 이 정책이 교사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신에 바탕을 두었다는 데 주목했다. 이 모임 송인수(전 구로고 교사) 상임총무는 "교사 상호간의 비교와 줄 세우기를 하려는 평가는 거부하지만 스스로 부족한 점을 깨닫고 이에 답하는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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