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먼저 소리로 나그네를 맞는다. 글자로는 표현할 수 없다. 바스락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꺼이꺼이 흐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숲은 지금 슬픈 것일까. 조금 우울해진다.그러나 곧바로 숲은 까불기 시작한다. 산들바람이 갑자기 센 바람으로 바뀐다. 툭탁툭탁, 타다다닥, 쏴아아∼. 솟구친 대나무들이 바람이 흔들리면서 서로 몸통을 두드린다. 바람을 맞은 잎새는 마치 물흐르는 듯한 소리를 낸다. 나그네를 환영하는 박수소리 같다. 시원한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다시 시원해진다.
전남 담양군 금성면 봉서리의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대나무나라다. 3만여평의 야산에 어른 팔뚝 정도의 굵은 대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높이는 대부분 사람 키의 10배가 넘는다. 자연적으로 군락을 이룬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가꾼 것이다.
공원의 주인인 신복진(64)씨는 지방신문사의 사진기자였다. 30년 전 이 곳에 땅을 마련했고, 담양의 상징인 대나무를 심기 시작해 지금의 모습으로 일궈 놓았다. 아름다운 대숲을 만들기 위해 자기가 먹을 죽순조차도 채취하지 않았다. 대숲이 깊어지면서 새가 날아들기 시작했고, 뒷산에는 산딸기가 익어가는 등 자연도 깊이를 더해갔다. 1996년 정년퇴임 후 아예 대숲으로 들었다. 자기 혼자만 대숲을 즐기는 것이 아쉬워 대나무를 테마로 한 공원으로 일반에 개방했다.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산책을 즐기는 곳이다. 대숲을 뚫고 3개의 산책로가 나 있고, 조금 높은 곳에는 울창한 송림이 있다. 송림 사이에도 역시 산책로가 있다. 모두 연결하면 약 600m. 쉬엄쉬엄 걸으며 1시간 정도의 산책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입구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죽로천이라는 샘물이다. 굵은 대나무의 속을 비우고 샘물을 흘러내려 3개의 돌그릇에 고이게 했다. 대나무 바가지(?)로 떠 먹는 물은 시원하고 맛이 맑다. 물을 마시고 고개를 들면 앞으로 언덕길이 나 있다.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조금 오르면 왼쪽으로 샛길이다. 제1산책로다. 죽순을 만지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붙어있다. 5, 6월은 새 죽순이 돋는 시기이다. 죽순은 사람의 손이 닿으면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땅거죽을 들여다 본다. 진짜 땅을 비집고 붉은 죽순이 올라와 있다. 한 두개가 아니다. 이 곳 저 곳에 널려있다. 조금 굵은 것은 어린아이의 키 만큼 크다. 하루에 1m 정도 키가 크기도 한다.
죽순말고 또 있다. 죽로차다. 대나무잎에서 떨어진 이슬만을 먹고 산다는 차나무다. 언덕을 돌면 공터. 대나무로 만든 벤치가 여럿 있고, 장승과 솟대가 설치되어 있다. 모두 주인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1차 죽림욕 이후에는 송림욕이다. 그런데 조금 색다르다. 신발을 벗고 한다. 소나무 숲길은 마사토질의 황톳길이다. 마사지효과가 있다고 한다. 지금 송화가 만개해 있다. 바람이 세게 불면 노란 연기 같은 송화가 날린다. 근처에 밤나무 단지가 있다고 한다. 조금 있으면 뭉클한 밤꽃 향기가 진동할 것이다.
송림욕이 끝나면 아담한 야외 갤러리가 눈에 띈다. 지금은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주인의 대숲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대나무숲의 갖가지 변형이 사진 속에서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2, 3산책로를 찾는다. 전설의 고장 '죽귀'의 촬영세트 뒤편으로 나 있다. 이 대숲에서는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 '흑수선', '청풍명월' 등이 촬영되기도 했다.
올해 가장 수은주가 높이 올라갔다는 날, 그것도 태양이 가장 맹렬한 한 낮. 대숲에서 약 1시간 산책하는 동안 오히려 추위를 느꼈다. 대숲은 더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한기를 내뿜는 모양이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단체숙박시설 50명 기준 어른 30만원, 학생 25만원. 홈페이지 www.bamboo.co.kr. 문의 (061)383-9291.
/담양=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담양에는 대나무와 관련한 다양한 여행 테마가 있다.
최근 떠오르는 것이 죽엽온천. 댓잎의 약리성분을 추출해 온천수에 첨가한 것이다. 대나무잎은 한방에서도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온 중요한 약재. 특히 염증 치료에 많이 이용돼 왔다. 당연히 피부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
담양읍 백동리 백동사거리에 지하 1층, 지상 5층의 대형 죽엽온천장인 대나무 건강랜드(061-383-0001)가 있다. 온천 사우나, 가족 온천탕, 보석 불가마 찜질방 등 다양한 사우나 시설을 즐길 수 있다. 1일 5,000명 수용이 가능하며 24시간 영업한다.
대나무를 이용한 각종 공예품을 빼놓을 수 없다. 죽세공예단지(381-4111)를 찾으면 한꺼번에 해결된다. 죽물박물관, 죽세공예전수관, 죽제품 판매점 등이 모여있다. 죽제품 제작 체험도 할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연다.
죽순 음식까지 먹는다면 금상첨화다. 담양읍 옛 담양경찰서 근처에 있는 민속회관(381-2525)이 유명하다. 주인 강정자 할머니는 50년 가까이 죽순 음식을 만든 '명인.' 죽순회, 죽순육회가 대표적이다. 죽순요리를 시식한 후에는 남도의 인심이 상다리를 휘게 하는 한정식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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