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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서울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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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서울 축제

입력
2003.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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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정치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문화적 행위다. 일견 정치와는 무관해 보이지만, 집단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흥겨운 놀이를 통해 무의식을 강화함으로써 의식을 공고히 하는, 계산된 행위인 것이다. 고대부족의 축제는 종교의례가 중심이었다. 민족적 갈래가 복잡해진 현대에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국민을 통합하고 공동체의식을 높이기 위해 축제가 마련된다. 축제는 민족만큼이나 다양하다. 스페인 세빌리아에서는 4월 하순에 봄맞이 축제가 열린다. 광장마다 플라멩코를 추는 아가씨와 구경꾼들로 성시를 이룬다. 하지만 선정성과 유명도에서는 플라멩코가 브라질의 삼바를 당하지 못하는 듯하다.■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역시 '삼바 축제'일 것이다. 세계언론은 해마다 아슬아슬한 차림으로 춤 추는 브라질 여인들의 뇌쇄적인 사진을 앞 다퉈 싣는다. 모방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도쿄판 삼바 축제'를 열어 눈요기를 즐긴다. 독일 딩켈스뷜에서는 7월에 어린이 축제가 열린다. 어린이가 주인공인 이 축제는 17세기 30년 전쟁에서 비롯되었다. 마을을 점령한 스웨덴 장군이 어린이들이 가엾어 공격을 중단한 미담에서 유래했다. 영국에서는 성대한 셰익스피어 생일축제가 개최되고, 파푸아 뉴기니 오지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원주민 축제가 요란하다.

■ 서울시가 24∼25일 'Hi Seoul 페스티벌'을 펼쳤다. 간간이 가랑비가 뿌리는 가운데 열린 이 행사는 퍽 다채로웠다. 참여 인원만 1만명에 이르는 시민 퍼레이드가 장관이었고, 7월 철거예정인 청계고가에서는 외국인 마라톤과 시민 걷기대회가 열려 마지막 추억을 만들었다. 광화문에서는 아시아의 웅장한 사자춤, 세계 30개국 청소년의 국가대표 행렬, 음식과 무대공연이 마련된 지구촌 한마당, 스타 가수들의 특별공연 등이 이어졌다. 수 많은 인파가 몰린 진기하고 흥미로운 행사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큰 열기는 감지되지 않는 듯했다.

■ 1년 전 이맘 때는 국민이 온통 월드컵 분위기에 들떠 있었다. 파장이 가까워 오는 서울시 축제 현장을 걸으면서, 1년 전 뜨거웠던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의 함성이 몹시 그리웠다. 그 때라고 정치가 어수선하지 않고 경제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백화점 식의 행사가 아니라, 현대적이면서도 우리의 정서적 원형에 더 바짝 다가선 축제는 될 수 없었는가. 혹시 좀더 월드컵 추억과 관련된 축제로 기획되었다면, 시민의 공감이 크지 않았을까. 축제는 끝나고, 아쉬움과 함께 다음 축제를 위한 숙제가 남겨졌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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