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염둥이 막내 동생 지선에게.할 말이 많았는데 막상 편지를 쓰려니 잘 써지지 않는구나. 철없이 어리게만 보이던 네가 벌써 열 아홉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 요즘 부쩍 커가는 네 모습을 볼 때면, 그리고 나보다 더 어른스러운 생각을 해서 날 놀라게 할 때면 이젠 다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단다. 언니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이젠 자기 일을 척척 해내고….
지선아,고3이라 그런지 많이 힘들어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고3 수험생으로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나니? 지난 겨울, 밝게 웃으며 가족 앞에서 굳게 다짐까지 해보이던 네가 벌써 지쳐 웃음을 잃어 가는 걸 보니 너무 안쓰럽구나.
아침 잠이 많은 네가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가 야간자율 학습을 마치고 밤 늦게 돌아와 피곤에 지쳐 쓰러지는 모습을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파. 요즘은 시험이 눈 앞이라며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책에 파묻혀 지내는 걸 보니 더욱 그렇단다.
우린 자라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을 많이 주고 받았지. 우린 친구처럼 쇼핑도 하고 밤에는 비디오도 보면서 늦게까지 수다를 떨기도 했잖아. 어느 때는 네가 언니처럼 방을 치우지 않는 나에게 잔소리를 하기도 했지.
그때는 얄밉고 귀찮기만 했는데 이제는 너의 빈자리가 왜 이렇게 커보이는지 모르겠다.
지선아, 초조하고 자신감도 없어지고 힘들지? 언젠가 엄마가 하신 말씀 기억나니? 엄마는 베란다에 핀 이름 모를 빨간 꽃을 보면서 "못생겨서 버릴까 했는데 정성 들여 보살폈더니 제일 예쁜 꽃이 됐네" 하셨잖아.
지금은 성과도 없어 보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만 있다고 느껴질거야. 그렇지만 너 자신을 믿고 노력한다면 못생긴 꽃이 예쁜 꽃으로 변하는 것처럼 마지막엔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언니는 믿어. 우리 집 철부지 꼬맹이 막내가 아니라 스스로를 가꾸며 성장하는 지선이란 것을….
알지? 예전에 내가 힘들 때 네가 친구처럼 옆에 있어 주었듯이 이번에는 내가 네 옆에 있다는 걸…. 엄마, 아빠에게 말하기 힘든 것이 있으면 언니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멋진 해결사는 못돼도 너의 짐을 조금이라도 같이 할 친구는 될 수 있어. 그럼, 얼마 남지 않은 기간동안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지선이 파이팅!
/박민선·경기 광주시 탄벌2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