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교행정정보화시스템(NEIS) 핵심영역의 시행을 포기함으로써 3월 이후 교육계 최대현안이 해결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의 연가투쟁과 그에 대한 교육당국의 강경대응, 그 결과 빚어질 끝없는 갈등과 대립, 교육의 파행 등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그러나 청와대까지 개입해 전교조의 요구를 거의 원안대로 수용한 협상 결과는 너무 허탈하게 느껴진다. 취임 직후 전교조 주장에 동조하던 윤덕홍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초지일관 했더라면 이런 갈등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동안 왜 그리 입장을 자주 바꾸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장관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NEIS의 27개 영역 가운데 핵심 영역인 교무·학사, 보건, 입·전학 등 3개 영역은 기존 시스템(CS)으로 운영하고, 이미 입력이 끝난 고3 자료만은 NEIS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이어 전교조가 또 한번 승리의 축배를 들게 됐지만, 반대 입장을 표해 온 한국교총 한국교원노조 등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의 반발이 거세져 문제가 엉뚱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교총이 윤 장관 퇴진운동까지 거론하면서 불복종 운동을 입에 담고, 각 시도 교육감들이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고 반발하고 나서 교단의 반목과 갈등은 쉽사리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또 5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구축한 교육정보화 망이 무용지물이 되어 엄청난 예산을 낭비한 결과가 되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정부가 또 노조단체의 강압에 굴복함으로써,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믿음'이 굳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전교조의 실력행사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볼 사람은 없다. 그 때마다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관행이 된다면 참여정부의 내일은 보나마나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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