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으로부터 좋은 푸얼차(普茶)를 마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 서부의 윈난(雲南) 대엽종의 차잎을 덖어 비빈 뒤 일광 건조와 퇴적발효, 뒤집기, 재건조, 선별, 압제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후발효를 시키는 푸얼차는 오래 묵히면 묵힐수록 고급 차가 되며 대체로 20년 이상이면 최고급품에 든다. 감칠 맛이 있고 곰팡이 냄새와 비슷한 특유의 향이 있는데 초심자는 맛을 들이기가 어렵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다른 차를 마시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 차 가운데 하나는 2002년 제2회 '광저우(廣州) 차 박람회'에서 100g이 2,300만원에 낙찰돼 '올해의 차왕'으로 선정된 바 있다.이로써 상상해 보았다. 어느 집안에 푸얼차를 숙성시키는 동굴이 있다. 동굴 깊은 곳에서 얕은 곳까지 차 항아리가 있고 항아리마다 연도와 차를 담은 사람의 이름이 씌어 있다. 올해 꺼내서 마시게 되는 푸얼차는 100여 년 전 고조 할아버지가 잎을 따서 손수 항아리에 집어넣고 밀봉한 차다. 지금 차를 조심스럽게 항아리에 집어넣는 사람 역시 자신의 증손, 고손이 마실 차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러고서 어찌 명차가 아니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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