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고객 원금의 절반이나 갖다 바쳤는데, 해고라니 억울합니다." 지난해 7월 말 해고된 K증권사 김모(41)차장. 1989년 입사해 10여년간 성실히 고객돈을 관리해왔지만, 증권업계의 고질적인 '회전매매' 관행에 빠져든 나머지 한 순간에 회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돼버렸다.김차장은 2000년 2월 투자자 최모씨로부터 3억5,000만원이 입금된 위탁계좌를 받았다. 이후 투자를 완전히 위임받는 '포괄적 일임매매' 계약을 최씨와 맺은 김씨는 그해 4월부터 3개월간 기록적인 사고팔기 행위를 되풀이했다. 김씨는 이 기간에 78개 종목을 사들이고 파는 등 총 1,075번이나 '회전매매'를 했다. 그러나 김씨는 불황장세탓에 3개월 만에 원금의 73%인 2억5,500여만원을 날린데 이어 1년 뒤에는 최씨의 계좌에 원금의 100분의 1 수준인 고작 380만원만 남기고 말았다.
김씨만 믿다 불과 1년 만에 빈털터리가 돼버린 최씨는 김씨가 자신의 돈을 모두 까먹는 사이에도 K사는 매매수수료로 무려 원금의 42.3%에 해당하는 1억4,700여만원을 챙긴데다 김씨조차 성과급으로 회사에서 3,8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분노가 치밀었다. 화가난 최씨는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에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해 K사로부터 1억1,000만원을 받아냈고 김씨로부터도 1,400여만원을 겨우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 곧이어 K사도 '무리한 투자로 회사에 유형·무형의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김씨를 해고했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김씨는 "고객돈은 날렸지만 수수료 수입으로 회사는 수익을 올렸다"며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그것은 고객의 이익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회전매매를 일삼아 얻은 비정상적인 수익"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3부(이원규 부장판사)는 26일 김씨가 K증권사에 제기한 면직처분무효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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