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한가운데 위치한 나비모양의 내분비기관 갑상선. 갑상선에 발생하는 병은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염 갑상선결절 갑상선암 등 다양하며,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 갑상선 질환이 여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4∼6배가 넘는다. 삼성서울병원 통계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외래 남녀 환자 비율은 갑상선염의 경우 남자는 10.8%, 여자는 89.2%(이하 남녀순) 갑상선기능저하증은 21.0% 79.2%, 갑상선기능항진증은 27.3% 72.7%, 갑상선암은 16.8% 83.2%였다. 여자들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고통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여성호르몬 영향
서울대병원 내과 박도준교수는 갑상선질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 않아 구름잡는 수준이라면서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영향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갑상선질환은 사춘기 이전에는 남녀 차가 없다가 여자가 월경을 시작하는 나이부터 남녀 차가 증가, 30∼40대에는 여자 환자가 월등히 많아진다. 그러다 여성이 폐경에 이르는 60대에 이르면 발병률이 확 준다. 여자의 에스트로겐 분비 사이클과 맞물려 갑상선질환 발생도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내과 정재훈 교수는 "갑상선에만 분비되는 특이한 단백질 티로글로불린을 실험동물에게 주사한 후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을 주면 갑상선염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에스트로겐을 주사하면 갑상선염 발생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역시 갑상선질환이 여성호르몬 영향때문이라는 간접적 증거이다. 실험동물(쥐)을 거세했더니, 갑상선염 발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갑상선질환은 자가면역성질환
갑상선질환은 대표적 자가면역성질환.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 균이 침입하면 내 몸을 공격하는 항체를 만든다. 정재훈 교수는 "에스트로겐은 항체를 만드는 B세포와 직접 균과 대결하는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한다"면서 "임신 중 에스트로겐 과다분비로 B세포와 T세포의 기능이 감소돼 면역억제상태가 됐다가 출산 후 일종의 반동 현상이 일어나면서 갑상선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엄마에게 태아는 자기 몸이 아니라 이물질이다. 우리 몸은 이물질이 몸 안에 생겼을 때 없애버리거나 밖으로 내보내려는 작용을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자기 몸안의 물질에 대해 면역계가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에스트로겐 변화도 이런 면역체계 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는 환자는 이 때문에 '임신기간 중 증세가 좋아졌다'거나 '출산 후 다시 몸이 나빠졌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송영기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 루프스 등 다른 자가면역성 질환도 여자가 남자보다 5∼10배 환자가 많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갑상선질환 발병에 유전과 환경요소가 각각 8대 2 비율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는 여자의 자매나 딸에게 갑상선질환이 있을 확률은 5∼8%이다.
출산후 나타나는 갑상선질환
임신전이나 임신중 갑상선 이상이 없었던 여자가 출산 후 갑자기 갑상선 질환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나 일시적인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나타나는데 주로 출산 후 2∼3개월 사이에 많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만의 특징
우리나라는 갑상선질환 환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많은 편에 속한다. 학자들간에 이견이 있기는 하나 혹시 지나친 요오드 섭취가 갑상선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가 유추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요오드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권장량보다 10∼20배나 많다. 닭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요오드를 지나치게 많이 주었더니 오히려 갑상선질환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대신 요오드 결핍으로 인한 갑상선질환 발생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다. 평소 해산물 해조류를 즐겨 먹고 매일 섭취하는 소금(천일염)에도 많은 양의 요오드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우리나라 여자환자만의 특징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후 발병한다는 점. 시부모나 시집 식구들과 불화 후, 부부싸움 후, 자식의 대학입시 불합격 후 같은 정신적 갈등 후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생기는 일이 많다.
갑상선질환의 또다른 공범
정교수는 "고농도 호르몬제인 경구피임약 복용자가 복용하지 않는 자보다 훨씬 갑상선암 발생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산(多産)할수록 갑상선암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출산이나 임신 중 겪게 되는 호르몬 변화 때문이다.
너무 많은 갑상선암?
갑상선암은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암 발생 4위를 기록했다. 10위를 맴돌던 갑상선암이 갑자기 4위로 뛴 이유는 무엇일까. 송교수는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갑자기 위험요소가 생겼다기보다는 초음파진단법의 발달로 과거 촉진으로 놓쳤던 환자들까지 일일이 찾아내기 때문"이라면서"혹이 1∼1.5㎝는 돼야 손으로 만져지지만, 그 이하 크기의 혹도 샅샅이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초음파검사에서 혹이 자라고 있다고 진단됐을 경우 수술하는 것이 반드시 원칙은 아니다. 보통 조사대상의 40∼50%에서 혹이 나오는데, 이 가운데 10∼15%는 암으로 판명된다.전인구중 4∼5%, 스무명 가운데 한명은 갑상선 암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송교수는"80∼90세까지 장수한 사람을 대상으로 부검해보면 5∼10%는 갑상선 암이 발견된다"면서 "갑상선암의 수술 여부는 국민보건경제의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갑상선암환자가 다 수술받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yjsong@hk.co.kr
● 아내를 살펴보세요
갑상선질환은 증상이 애매하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심지어 경험 많은 의사들조차 쉽게 찾아낼 수 없는 병이 바로 갑상선질환이다. 당신 아내의 나이는?
▲20∼30대: 출산 후 6개월 이내인 아내가 얼굴이 붓고 체중이 자꾸 증가하고 추위를 타고 몸 여기저기가 쑤시다고 호소할 때 '산후 조리를 잘못해 바람들었나' 하고 지레 짐작하지 말라. 갑상선염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90%는 저절로 좋아지나, 10%는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행된다.
▲40대: 갑자기 더위를 많이 느끼고, 땀이 나고, 손이 떨린다. 밤에 잘 때 창문을 열고 자고 싶어 하는데 혹시 당신(남편)이 문닫자고 하자 벌컥 화를 낸다면…. 신경질까지 부쩍 늘었다면 갑상선 기능항진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남들보다 갱년기 증상이 일찍 오는가' 라고 무식하게 대처하지 말자. 참고로 우리나라 여자의 폐경 평균 나이는 만 51세다.
▲40세이상: 여자의 갑상선암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시기. 혹시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너무 슬퍼하지 말라. 아내는 빨리 죽지 않는다. 대부분 갑상선암 환자는 천수를 누릴 수 있다.
▲50∼60대: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져 노인성 치매로 오해하거나, 말과 행동이 느려져 노화현상이 시작되는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먼저 갑상선기능저하증부터 의심해보라.
■산모 미역국 과다 섭취 해로울수도
식사때 몇장 먹는 김, 며칠에 한번 먹는 미역국은 거의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문제는 요오드의 지나친 섭취.
박도준 교수는 "다시마환 같은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요오드의 과다섭취로, 갑상선 호르몬이 과잉 생산돼 병원을 찾는 20대 여자가 많다"면서 "젊은 여자의 목이 커져 있으면 혹시 살을 뺄 목적으로 그런 걸 먹었냐고 먼저 물어본다"고 말했다.
고3수험생이 정신이 맑아진다는 소문에 요오드 성분의 건강식품을 먹고, 갑자기 뇌기능이 떨어져 병원을 찾기도 한다. 반에서 2∼3등 하던 자녀가 갑자기 40∼50등으로 떨어졌다면, 몇 달 전 무엇을 먹었나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산모들에게 집중적으로 미역국을 섭취하게 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박교수는 "여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산후 갑상선염은 미역국의 과잉섭취로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모가 아기 낳고 하루 세끼, 간식으로 두끼 과다하게 미역국을 먹는다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서울대병원은 90년대 초반 입원중인 산모들에게 미역국을 일시적으로 식단에서 제외했지만 산모들의 항의가 빗발쳐 다시 미역국을 공급하고 있다. 평소 자주 먹는 미역국은 우리 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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