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사상 두번째 '4할타자'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2003시즌 SK 돌풍의 핵 이진영(23·사진)이 1982년 백인천(당시 MBC)이후 21년만의 4할타자 대기록에 도전장을 던진 주인공이다. 타격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프로 5년차 이진영은 지난 24일 현대와의 더블헤더에서 9타수 5안타를 몰아 치며 타율을 4할4리로 끌어올려 대기록달성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MBC의 선수 겸 감독으로 뛰었던 백인천(현 롯데 감독)이 4할1푼2리의 타율을 기록한 이후 4할대 타자는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꿈의 기록이다. 타격의 달인 장효조(당시 삼성)가 87년 마의 벽에 도전했으나 3할8푼7리에 그쳤고 야구천재 이종범(기아)도 94년(3할9푼3리) 역대 2번째로 높은 시즌 타율을 기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정규시즌의 3분의 1가량을 소화한 지금 4할대 타자를 점친다는 것은 성급한 감이 없지 않지만 이진영의 기세로 봐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99년 쌍방울에 입단한 이진영은 고교시절 청소년대표로 뛰며 빼어난 타격재질을 선보였던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99년 데뷔 첫해 2할5푼8리를 기록한 좌타자 이진영은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긴 했지만 프로적응에 시간이 걸렸고 팀까지 약해 그동안 돋보이질 못했다. 지난해 팀내에서 유일하게 3할타율(0.308)을 기록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처럼 절정의 타격감각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시즌 초부터 4할대에 가까운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이진영은 26일 현재 4할4리(141타수 57안타)로 당당히 타격랭킹 1위. 최다안타(57개)와 출루율(4할7푼2리)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시즌 이변의 주역으로 떠오른 이진영이 크게 달라진 점은 상대 투수의 볼을 끝까지 보고 받아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
또 부챗살 타법을 앞세워 잡아당기고 밀어치기에 능수능란한 것도 올시즌 높은 타율을 기록하는 이유중 하나이다. 우완투수(4할4푼9리)와 언더핸드 등 변칙 투구를 하는 투수(4할1푼7리)에게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내야안타를 16개나 만들어 낼 정도로 빠른 발을 갖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왼손 투수(2할4푼2리)에게 약점을 보이고 있는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SK의 김성래 타격코치는 "이진영이 올시즌 붙박이 1번타자로 활약하면서 왼손 투수에 대한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다"며 큰 걱정을 하지 않고있다. 김 코치는 "강한 체력과 근성을 겸비 한데다가 기복이 없어 꿈의 타율에 충분히 도전할만하다 "고 전망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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