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좋은 연예인은 얘깃거리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갔는지 여부다.SBS의 청소년 대상 주말 오락 프로그램 ‘가슴을 열어라’의 ‘기억의 링’ 코너에서 서울대 출신 연예인과 고려대 출신 연예인 간의 대결을 마련하겠다고 하자 연예 관련 게시판은 벌집 쑤셔 놓은 듯하다.
‘기억의 링’은 50개의 단어를 10분 동안 암기하는 코너. 한마디로 머리나쁘면 망신 당하기 딱 좋다. 27일 녹화해 6월 초 방영되는 대결에서 서울대 출신으로는 장호일, 김정훈, 안재환, 김태희, VJ 김형규 등이 고려대출신으로는 성시경, 소이(티티마), 유진, 이소은, 려원(샤크라), 김동성등이 등장할 예정.
입방아의 주 대상은 각종 특별 전형으로 입학한 고려대생들이다. 호주 그리피스 대학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고려대로 온 려원이나 부정입학 논란을불러 일으켰던 유진,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소이, 체육특기생 김동성이 ‘떳떳한 고대생’이냐는 것.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통했건 체육특기자 전형을 통했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입학한 것이 분명한데도 그렇다. 반면 대학 입학 후 가수 활동을 시작한 성시경이나 토익 시험에서 딱 한 문제 틀렸다는 사실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난 이소은 등은 그나마 입방아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흠 하나 없는 연예인을 보는 것만큼 사람을 우울하게 하는 것도 드물다.
연예인 험담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다. 모든 게 완벽해보이는 연예인들도 어딘가 나보다 못한 점, 혹은 떳떳하지 못한 면이 있다는 사실은 일반인에게 위한 비슷한 느낌을 주는 모양이다. 연예인은 ‘머리가 약간 빈 사람들’이라거나 ‘타고난 날라리 기질이 있다’는 등의 얘기가 사라지지 않는 게 다 그 때문이다.
퀴즈 프로그램에 나와서 ‘닭’도 제대로 못 쓰는 바람에 망신살이 뻗쳤더라, 미국에서 오래 살다 왔다는 가수가 ‘애플’(apple) 철자도 제대로 못쓰더라는 등의 말들이 떠돌고 있다. 이 때문에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갔느냐, 아니냐’는 시청자들이 격론을 펼칠 만한 문제이다.
정규 학교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일본 열도를 평정한 보아의 성공사례를 보고 많은 학부모들은 “보아처럼 자유롭게 공부하며 특기를 살리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보아도 요즘 대학에 가기 위해수능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하긴 ‘없는 시간을 쪼개 공부해서 당당하게 대학에 갔다’는 게 학벌 집착증에 걸린 우리 사회에서 살아 남는보다 안전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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