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궜는데 감쪽같이 사라지더군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대 인문대 5동 앞. 지난 1월 17만원을 주고 어렵게 장만한 자전거를 도둑맞은 이모(24·노문학 4)씨는 멍하니 하늘만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자취집에서는 차고 안에 보관하고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올 때도 항상 학과 사무실 앞에 묶어둘 정도로 애지중지하던 자전거가 흔적도 없이 사려졌기 때문. 이씨는 "캠퍼스내에서 가방과 지갑을 도난 당하는 사고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범인들은 대개 캠퍼스내 동료들로 보인다"고 허탈해 했다.닥치는 대로 훔쳐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도서관 등을 중심으로 캠퍼스 좀도둑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책과 가방은 기본이고, 지갑 MP3플레이어 노트북 자전거까지 돈이 될 만한 물건이라면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훔쳐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초 도서관에서 10만원이 든 지갑을 도둑 맞은 연세대 김모(21·전기 전자3)씨는 "도서관에서 노트북이나 MP3플레이어 등의 고가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며 "도서관 안에 도둑맞은 물건을 찾기 위한 메모지가 떨어질 날이 없을 지경"이라고 씁쓸해 했다. 실제로 서울대 중앙도서관 3열람실 벽 등 대학가 벽면에는 '공학용 계산기' '지갑' '디지털 카메라' 등 도난 당한 물건들을 애타게 찾는 메모장들이 가득하다.
각 대학 홈페이지 '분실물 게시판'에도 자신의 물건을 찾기 위한 학생들의 글이 하루 평균 5건 이상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고려대 분실물센터에 글을 올린 한 중국 유학생은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해 보내주신 돈으로 산 노트북을 1주일 만에 도둑맞았다"며 "노트북에 저장한 자료라도 돌려달라"며 애원했다.
강경대책 요구 잇달아
도난에 불안감을 느끼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물건을 훔친 학생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거나 도서관에 좀도둑을 막기 위한 폐쇄회로TV 설치를 해달라는 요구 등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양대 안산캠퍼스 '안산배움터 도서관자율위원회'는 이 학교 '학술 정보관(중앙도서관)'에서 중간고사 기간 책을 훔친 한 학생의 학번과 이름 등 신상정보를 1주일간 도서관내에 대자보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내부규칙에 따라 2년간 이 학생의 도서관 출입도 금지시켰다는 이 위원회 한 관계자는 "가혹하다는 여론도 있지만, 책을 훔친 것은 명백한 범죄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이같이 결정했다"며 "도난을 막기 위해 학교측과 협의를 거쳐 도서관에 CC TV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행정고시를 앞두고 행정법 책을 도난 당했다는 허모(26·서울대 서양사4)씨도 "'지성의 요람'이 '좀도둑의 요람'으로 바뀌고 있다"며 "도서관 안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도난을 미리 방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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