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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질서가 흔들린다 / <중> 무법천지 유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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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질서가 흔들린다 / <중> 무법천지 유흥가

입력
2003.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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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새벽 서울 도심의 대표적 유흥가인 북창동 일대. 30대로 보이는 취객 4명이 흐느적거리며 A유흥주점으로 들어서자 종업원이 5평정도 되는 방으로 안내했다. 이어 여주인이 반나(半裸) 차림의 여성 접대부 4명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이 접대부들은 한결같이 "20대 초반"이라고 말했지만 그 중에는 10대처럼 앳돼 보이는 청소년도 끼어있었다. 이들은 곧바로 벌거벗은 채 테이블에 올라가 선정적인 몸짓으로 '신고식'을 겸한 '즉흥 쇼'를 치렀고 술판이 끝나자 손님들과 짝을 이뤄 인근 모텔로 2차를 떠났다.퇴폐·향락 음주문화가 극에 달하면서 유흥가가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 유흥주점은 말 할 것도 없고 주택가 곳곳에 퍼져 있는 노래방마저 윤락행위를 비롯한 각종 탈법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유흥주점의 경우 10대 고용이나 스트립쇼, 윤락행위 등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이를 지키는 업주도 단속하는 공무원도 없는 실정이다. 지난 주말인 24일 밤 서울 강북구 수유3동 일명 '먹자골목'으로 불리는 유흥가는 '술 파는 노래방' '미시족 항시 대기'라는 광고 전단지가 곳곳에 나붙어 있는 가운데 '삐끼'들은 호객행위에 바쁜 모습이었다. 노래방에 들어서자 30대 초반의 주부들이 합석, 시간당 2만원씩을 받고 남자 손님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춤을 췄다. 밤이 이슥해지자 골목길 일대는 짝을 이뤄 숙박업소로 향하는 남녀들이 줄을 이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한 경찰관은 "단속을 나가면 손님이나 아줌마 모두 같이 온 사람들이라고 말해 접대부를 고용한 것을 입증하기 힘든 데다 단속을 자주 나가면 '돈 뜯으러 유흥업소를 다닌다'는 모함을 받게 돼 단속을 잘 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예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 단골 손님만을 상대로 하는 무허가 '아파트 요정'도 서울 강남이나 동부이촌동 등에 성행중이다. 사업상 술 접대를 많이 하는 K사장은 "룸살롱을 갔다 괜히 단속이라도 걸리면 창피를 당할 수도 있는데다 무엇보다 편안해 아예 강남의 아파트 요정을 단골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발소, TV전화방, 남성휴게실 등에서도 버젓하게 윤락행위가 이뤄진다.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불법 윤락행위가 유흥가뿐 아니라 주택가와 시골지역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청소년보호위가 올들어 청소년들이 차 배달을 많이 하는 전국 시·군 다방 1,037개를 선정해 '티켓영업행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45.4%인 471개 업소가 티켓영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법 영업사실이 경찰이나 행정 당국에 적발돼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곳은 5.4%에 불과해 사실상 행정당국이 수수방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보호위 관계자는 "남성들의 잘못된 성문화와 음주문화가 한국을 '윤락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며 "잘못된 문화를 고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일단은 경찰이나 행정당국의 철저한 단속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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