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의 모습이 과거와 여러 가지로 다른 것같다. 과거 불경기 증시에 주기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등장하던 금융장(유동성 장세)이라는 말이 요즘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도 증시의 변화된 모습 중 하나이다.주식 시장이 경기에 6개월 정도 선행한다는 선진국의 '상식'을 앞에 내걸고, 눈앞에서는 몇 가지 재료와 테마를 흔들며, 뒤에서는 유동성(돈의 힘)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2∼3개월짜리 수명의 장세가 흔히 금융장이라는 말로 통용되어 왔다. 경기흐름과 상관 없이 움직이는 이러한 '금융장'이라는 말은 "지금이 바닥이다"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말과 함께 증권 시장에서 많은 투자자들을 현혹시켜온 대표적인 주문(呪文)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달라지고 있는 증시의 밑바탕에는 주식 시장을 둘러 싼 수요와 공급 측면의 구조적 변화가 깔려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전통적으로 자금 부족에 시달려오던 상장 기업들의 변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기업들이 날로 증가하는 영업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고 있으며 서서히 기업의 소유구조(ownership structure) 측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주식시장의 수요 측면에서도 놀랄 만한 변화가 보고되고 있다. 한화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자금 과잉 부문이었던 개인 가계 자금 부문이 지난해 2분기부터 자금 부족 부문으로 바뀌었으며, 개인 부문의 자금 부족 규모가 지난해 3분기 5조2,434억원으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증권 시장 지형에 관한 상식을 뒤엎는 놀랄만한 조사결과라고 생각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장세 개입 영향력 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본질적 변화가 있음을 읽게 해 주는 대목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 특별한 투자 지식이나 정보가 없는 개인들이 루머나 주가조작, 군중 심리에 쉽게 좌우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장세를 혼탁하게 한다는 지적은 부정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개인 투자자들이 있기에 몇몇 거대 기관투자가들에 의해 휘둘리면서 생기는 극단적인 변동성에 대한 충격흡수 장치의 역할을 한다는 호의적 지적도 있다.
'개미의 힘'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요즘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찾을 수 있는 투자 기회는 무엇일까? 오래 전에 어느 채권 전문가에게 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되새겨보고 싶다. "남이 돈이 없을 때, 내게 돈이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 이는 채권은 물론 주식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할 것이다. 지금 당장 돈이 없어서 올라가지 못하는 장세라고 해서 주식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장기 투자자에게는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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