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는 법의 수요증가로 인해 누구나 법원을 자주 찾게 된다. 그런데 인구가 32만 명이나 되는 전남의 대도시로 성장한 여수에 아직 법원이 없다. 여수 시민들은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관할 구역에 묶여 350리나 떨어진 광주지법 순천지원까지 왕래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순천지원은 일제가 지배한 이듬해인 1911년 순천, 광양 등 전남 동부 6군을 관할구역으로 설립되었다.
그 당시 여수는 이름없는 하나의 포구에 불과했지만 오늘날의 여수는 상전벽해라 할만큼 달라져 있다. 인구도 순천보다 많을 뿐더러 국가 경제에 큰 보탬이 되는 여수석유화학단지의 본고장인 율촌산업공단이 들어서 있다.
광주지법 관내에는 모두 4개의 지원이 있었다. 그 가운데 순천지원은 관할구역엔 변함이 없지만, 인구는 93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 중 여수가 32만 명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민·형사사건 취급 건수 역시 40%나 된다. 목포지원은 목포, 무안 등 5개 시·군의 49만 명을, 해남지원은 해남, 완도, 진도의 3개 시·군의 21만 명을, 장흥지원은 장흥, 강진의 2개 군의 11만 명을 각각 관할한다. 이들 4개 지원을 비교해 보면 광주지법내 지원의 관할구역 설정이 현실과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여수는 3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반도로서 4개 도서면에 사람이 사는 섬만도 50여 개나 있다. 삼산면 거문도에서는 순천지원까지 뱃길로 350리나 돼 태풍이라도 불면 지원에 가는 데만 며칠이나 걸리는 수도 있다.
그래서 여수 사람들은 일제 때부터 법원유치운동을 벌여왔으며, 역대 국회의원 후보자들도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뿐 아니라 현재도 민간인을 중심으로 법원 유치위원회가 있다.
법원을 새로 지으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수의 경우 행정구역 개편이전에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 등 3개 시·군으로 갈라져 있을 당시 저마다 좋은 청사를 지으려고 경쟁한 탓에 1998년 여수시로 통합된 후 현재 여수시와 여천군의 두 청사는 비어있는 실정이다. 정부 의지만 있다면 큰 예산 부담 없이 당장에라도 개청이 가능하다. 이와 같은 사례는 여수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여러 곳이 있을 것이다. 당국은 일제 때 만들어 놓은 관할구역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 필요한 곳에 법원을 새로 설치해 주기 바란다.
김 계 유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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