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하면 부모들은 우선 말리고 본다. "돈과 명예를 한번에 쥘 수 있다"는 자녀의 주장에, 부모들은 "일단 대학에는 가야지", "프로게이머는 수명도 짧고, 이후에 할 일도 없다더라"고 맞선다.'농사꾼 질럿', '가림토'란 별명으로 스타크래프트 팬들에게 프로토스 최강자로 알려졌던 김동수(22)도 처음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했을 때는 부모님과 그렇게 다퉜다. 다행히 데뷔한 후에는 뛰어난 판단력과 전술, 끊임없는 연습 덕분에 수천만원의 상금이 걸린 게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그는 갑자기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기로 하고 게임 개발사인 타프시스템에 병역특례로 입사했다.
한창 나이에 프로게이머를 그만 둔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돌았다. 그러나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동수는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프로게이머의 길을 넓히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로게이머는 게임밖에 못하기 때문에 그만두면 할 일이 없다는 편견에 도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전부터 게임 개발을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며, "프로게이머와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과감히 하나를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프로게이머의 수명이 매우 짧다는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도전하고 싶다며, 3∼4년 뒤에는 다시 프로게이머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3월부터 주말에는 게임방송인 온게임넷에서 해설자로 일하고, 온게임넷 홈페이지(www.ongamenet.com)에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분석한 글도 연재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익히 알려진 재치 있는 말솜씨와 뛰어난 분석력 덕분에 그가 해설하는 프로그램은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안 됐지만 온게임넷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로 부상했다.
현재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상금에만 의존하는 불안정한 고용상태와 은퇴 후 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동수의 활동은 그래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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