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구주류 좌장격인 한화갑 전 대표가 25일 신당 불참을 선언, 신당을 추진하는 신주류와 사실상 정치적으로 결별함으로써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신주류는 즉각 강한 반감을 표시하면서 신당론을 밀어붙일 뜻을 분명히 한 반면 구주류는 크게 반색하고 나서 신·구주류의 편가르기와 세 대결도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한 전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노무현 대통령과 신주류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침묵을 신당에 대한 묵시적 지원으로 규정, 신당을 '대통령 친위정당'으로 몰아세웠다. 또 신당추진세력을 '쿠데타' 세력이라고 정면 비판, 직전 직선 당 대표로서 민주당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사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노 대통령·신주류와 각을 세웠다. 그는 더 나아가 "신당 논의는 성공할 수 없다"며 임시전당대회 개최, 당내 개혁을 촉구함으로써 구주류의 '리모델링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특히 "분당된다면 책임은 소수 강경파에 있다"고 미리 못박아 분당을 각오하고 있고, 분당 책임이나 명분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 전 대표는 전날 구주류측 '정통모임' 대표인 박상천 최고위원과 만나 미리 회견 내용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주류는 이날 회견을 크게 환영, 앞으로 구주류의 초점이 리모델링을 위한 조기 임시전대 소집쪽으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청와대 유인태 정무수석과 신당파인 김태랑 최고위원, 배기선 의원 등은 만류와 설득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신주류측은 "신당 대세에 영향 없다"(이재정 의원), "상황인식이 잘못됐다"(이강래 의원), "장고 끝에 악수"라고 폄하하면서 신당을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대철 대표는 "함께 가야 한다"며 한 전 대표를 계속 설득할 뜻을 밝혔다고 당 대변인실이 전했다. 중도파인 통합개혁모임 총간사 강운태 의원은 "당 해체 반대는 찬성하지만 임시전당대회 소집은 통합신당 노력을 더 해 본 뒤 추진할 사항"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한 전 대표의 회견으로 일단 구주류측의 입지가 커지고 신주류는 중도파 및 구주류 포용에 적잖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신당 추진론에도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배기선 설 훈 의원 등 한 전 대표 직계와 중도파 의원 상당수가 통합신당론을 지지하며 신당 창당 자체에는 찬성하고 있어 신당론이 완전히 물건너 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신주류의 정치력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27일 민주당 의원들의 청와대 만찬 결과가 주목된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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