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투자협정(BIT)과 서비스시장 개방(DDA) 협상을 앞두고 내달부터 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 축소방안 논의가 본격화한다. 하지만 문화관광부와 영화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국제화'와 '문화주권'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25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한·미 투자협정과 DDA 협상에 대비, 내달부터 관계부처 및 영화업계의 의견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4월 제출한 서비스시장 개방 1차 양허안에서 시청각부분을 제외했지만,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속한 시장개방' 입장을 밝힌 데다 20일 스위스에서 열린 DDA 한·미 양자협상에서도 스크린쿼터는 물론 방송쿼터의 개방요구를 받았다"며 "하반기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의견수렴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혀 공론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경부 등 경제부처는 국산영화 점유율이 40%(서울 기준)를 넘어서는 등 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만큼 스크린쿼터를 축소할 시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지난달 1차 양허안에서 시청각부분 개방이 제외된 것을 비판하며 스크린쿼터를 보조금 형태로 바꾸도록 권고한 바 있다.
현행 영화진흥법 시행령은 개봉극장이 최소한 한해 146일간 국산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토록 규정하고 있다. 스크린쿼터와 함께 방송위원회 고시에 근거, 국산영화를 25% 이상 의무 편성하도록 하는 방송쿼터제도 미국의 개방요구가 본격화함에 따라 개편논의가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화예술계는 '스크린쿼터 문화연대'를 중심으로 강력한 저지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도 최근 프랑스 르몽드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일부 경제관료들이 스크린쿼터 축소를 희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크린쿼터를 10%만 양보하더라도 한국 영화에 대한 투자가 50% 삭감될 위험이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상영되는 미국 영화 중에는 좋은 작품도 있지만 미국 영화의 과다한 지배는 문화적 다양성을 해친다"며 "만약 스크린쿼터를 양보한다면, 비디오·게임·만화영화 등 다른 영상산업 분야에도 파급효과가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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