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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 히딩크 前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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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 히딩크 前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

입력
2003.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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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한국시각) 그가 헤드코치를 맡고 있는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팀의 헤르트강 트레이닝 센터에서 만난 히딩크 전 감독은 1시간 넘게 시종 진지하면서도 온화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간혹 눈을 지그시 감고 "홍명보를 비롯한 태극전사들과 스태프, 한국 국민들은 최고였다"며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월드컵 이후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은.

"한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나 자신의 본질은 별 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값진 경험을 했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그것을 떠나 감정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 인간적인 면에서 두루 성숙해졌다."

-벌써 월드컵 1주년이다. 요즘 감회는.

"1년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면 기분이 항상 흐뭇해진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인트호벤을 찾아온다. 그들을 볼 때면 더욱 유쾌하다."

-현재의 한국 축구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월드컵 태극전사 중 상당수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대표팀에서 뛸 수 없는 상황이다. 과도기다. 코엘류 감독이 새로운 선수들로 새 진용을 짜고 있다. 2∼3년 후에는 2006독일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의 수준이 많이 향상될 것이다."

-독일월드컵에도 4강이 가능하겠는가.

"한국이 독일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둘 것은 확실하다. 세계를 또 놀라게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며 젊은 선수들의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들이 큰 무대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최근 네덜란드의 한 방송 토크쇼에서 독일월드컵의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잘 모르겠다.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2006월드컵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난 대한축구협회의 기술고문이다. 향후 수년간 협회와 한국 축구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독일월드컵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한국 축구의 현실은 월드컵 4강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인다. 고언을 한다면.

"한국 축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길 원한다면 유소년 선수들을 찾아내 훌륭하게 키워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한국은 대단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 대한 투자만이 한국이 축구 선진국으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기술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젊은 선수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경기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월드컵 이후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도중하차하며 정치 바람을 타기도 했다. 정치와 축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상황을 잘 몰라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축구는 물론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정부가 젊은 선수들에게 기술 개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진정한 정치와 스포츠의 관계다.

-한국 대표팀이 코엘류 감독을 영입해 2차례 경기를 가졌지만 한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는데.

"월드컵 이후는 '새로운 시대(New Time)' 즉 세대교체기(Transition Period)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뒀지만 이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 같은 현상은 일반적이며 새로운 대표팀이 궤도에 올라 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새로 발탁된 새 대표팀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과 풍부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경기에 지고 이기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중요하지 않다. 코엘류 감독은 유럽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었다. 섣부른 기대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박지성과 이영표(이상 아인트호벤) 송종국(페예노르트) 등 월드컵 스타들이 네덜란드에 진출해 있다. 잘 적응하고 있는가.

"이영표는 적응기를 거쳐 매우 잘하고 있다. 첫 출전에서 베스트11으로 나서 포지션을 충분히 소화해 냈고 팀내에서도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박지성은 무릎부상과 수술로 3개월간 공백이 있었지만 많은 발전을 보여주고 있어 다음 시즌을 기대할 수 있다. 송종국은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최근 부상을 극복하고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히딩크재단을 설립했는데.

"최근 '히어로 재단'을 설립했다. 우선 네덜란드의 재능있는 선수들에게 초점이 맞춰졌지만 한국 유소년들에게도 문이 열려있다. 현재 시작 단계이고 스포츠 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재능 있는 유소년들이 혜택을 받도록 할 생각이다. 네덜란드와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은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국 국민들은 이젠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 한국은 반드시 더 발전할 것이다."

/아인트호벤(네덜란드)=박희정기자 hjpark@hk.co.kr

● 프로필

■ 고향: 네덜란드 파르세펠츠

■ 생년월일: 1946년 11월8일

■ 경력: 1967∼82년 현역 선수(드틴헴 드 그라프샤프팀·미드 필 더)

95∼98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

2001∼2002년 월드컵 한국 대표팀 감독

2002년7월∼현재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 감독

■ 가족관계: 부인 이니 히딩크(56)와 아들 미셀, 마크 2명

■"CEO 히딩크"

히딩크는 단순한 감독이 아닌 최고경영자(CEO)의 '반열'에 올라 있다. 아인트호벤에서 그의 직책은 팀 헤드 코치(Head coach)로 우리식으로 따지면 감독에 해당한다. 그러나 네덜란드 현지에서 바라본 그의 모습은 국내 프로 감독과는 전혀 달랐다. 프로 구단 전체를 총괄하는 '종합 사령관'이다.

그의 일과는 오전 10시 헤르트강 트레이닝 센터에서 시작된다. 오전 내내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호흡한다. 월드컵 태극전사들과 함께 뒹굴며 작전을 지시하고 선수 개개인의 훈련 상태와 팀워크를 체크하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그러나 오후엔 CEO로 변신한다. 트레이닝 센터와 붙어 있는 클럽 하우스내 그의 집무실은 항상 북적댄다. 유소년 선수 스카우트에서 스폰서십, 방송 계약권 등 구단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결정이 그의 손을 거친다. 23일 인터뷰를 위해 3시간 동안 사무실 옆 대기석에서 기다리는 동안 지켜본 그는 일반 기업체의 바쁜 CEO 모습 그대로였다. 팀과 선수만을 책임지는 게 아니라 구단 전체의 살림살이를 관장하고 있다. 히딩크가 올해 은퇴하는 반 라이(68) 회장 후임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도 이 같은 막강한 '역할'과 '권한' 때문이다. 이날도 라이 회장은 히딩크 사무실을 직접 찾아 구단 일을 의논했다. 특히 아인트호벤 구단의 실질적인 2인자로 차기 회장 후보 물망에 올랐던 폴 스포렌 재정담담 이사가 최근 미성년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히딩크의 회장 승진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히딩크가 그라운드에서 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능력'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아인트호벤=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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