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고고학회가 2000년 구석기 유적 날조 파문을 일으켰던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 전 도호쿠(東北) 구석기문화연구소 부이사장이 발굴에 관여했던 총 180개의 유적 중 162개의 전·중기 구석기 유적이 모두 날조됐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일본고고학회가 24일 총회에서 이 같은 보고서를 발표함에 따라 후지무라의 발굴 성과를 근거로 약 7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갔던 일본 열도에서의 인류 역사는 다시 7만∼5만년 전으로 뒷걸음질치게 됐다.
일본 고고학회는 2000년 11월 후지무라가 발굴지에 석기를 파묻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언론에 폭로된 뒤 2001년 5월부터 유적 재검증 조사단을 구성해 그가 관여한 전국 180개 유적에 대한 검증을 벌여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후지무라는 가짜 석기를 만들어 유적지에 파묻거나 지진 흔적의 지층을 이용해 아예 가짜 유적지를 만들어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후지무라의 유적, 석기 찾기는 당초부터 날조를 목적으로 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학문적 탐구심이 아니라 명성을 얻을 목적으로 했던 행위"라고 밝혔다.
유적 날조 후 일본의 중·고교 교과서에서 후지무라가 발굴했던 미야기(宮城)현의 자자라기(座散亂木) 유적 등에 대한 기술이 삭제되고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유적 등록을 잇달아 취소하는 등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후지무라는 1973년 이후 잇달아 일본의 구석기 연대 기록을 깨는 석기와 유적 발견을 발표해 '신(神)의 손'으로 불려왔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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