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상위 5만∼10만명에 대한 보유세를 중과세하기로 했지만 왜 굳이 5만∼10만명을 선정했는지 근거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부동산 소유집중 실태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길 꺼리기 때문으로 벌 받는 이유도 없이 벌을 줄 사람 숫자부터 정하는, 앞뒤가 뒤바뀐 정책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앞뒤 바뀐 보유세 정책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왜 5만∼10만명인지 근거를 대라면, 사실 할 말이 없다"며 "금융소득종합과세(대상 3만∼4만명) 등 여러 통계를 볼 때 최소 5만명은 돼야 할 것 같고, 너무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면 임대료, 전·월세가 올라갈 소지가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재경부가 이처럼 엉성하게 대상을 선정한 것은 개인별 합산과세가 되는 종합토지세의 개인·계층별 납세·토지보유 실태 자료를 행정자치부가 재경부에 조차 내놓지 않고 있고, 건별로 과세되는 재산세(건물분)는 이 같은 통계를 만들만한 전산망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자부는 소득격차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심각한 부(富)의 격차가 드러날 것을 우려, 부동산의 80%에 달하는 토지 소유실태를 극비에 부치고 있다. 실제 조세연구원이 1995년에 93년분 종토세 실적을 입수·분석한 결과 전체 토지의 51%가 상위 5% 개인들 수중에 있고, 이 결과 불평등도(지니계수)가 0.86('1'이면 한사람에게 모두 집중)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자부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에 보유세 강화정책이 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수립되고 있는 것이다.
종토세 1백만원 초과 개인 8만명
5만∼10만명은 부동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까. 종토세 과표·세액 단계별 납세인원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지만 행자부 공식자료에는 법인·개인이 섞여 있어 이를 가려내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주말 행자부가 내부적으로 전산작업을 한 결과 종토세 납부액이 100만원 초과인 개인이 모두 8만4,662명(법인 포함시 11만6,678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종토세 납부자(개인 1,342만2,228명)의 0.63%인 이들이 향후 보유세 중과세의 과녁이 될 전망이다. 재경부에 따르면 주거용 토지나 나대지 등에 적용되는 종합합산 세율체계상 과표가 1억8,857만원이면 종토세가 100만원이 되며, 과표가 이 정도 되려면 공시지가가 5억7,142만원(과표 적용비율 33% 감안)이 돼야 한다. 도시의 경우 공시지가가 실거래가의 70∼80%인 점을 고려하면, 대략 시가 14억2,900여만∼19억500여만원 이상 토지 보유자들이 8만4,000여명인 셈이다.
서울 강남구청에 따르면 강남구 평균 공시지가가 평당 970만원 정도로, 60여평 이상 토지를 보유하면 종토세가 100만원 초과가 된다. 구청 관계자는 "아파트의 경우 한 채 만으로 종토세를 100만원까지 낼 수는 없다"며 "전용면적 30∼50평대 아파트의 공유지분이 10∼20평이기 때문에 대략 이 평수대를 3∼6채 이상 가진 사람들이 8만4,000여명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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