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에는 주식투자를 해도 될까."요즘 투자자들이 갖는 '원초적 질문'이다. 종목·업종별로 어느새 연 초보다 2∼3배 수익을 낸 경우도 있고 종합주가지수도 바닥을 점점 높여 600선을 회복하면서 투자자들은 "이러다 혹시…"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하지만 선뜻 나서기에는 불확실한 경기 상황과 대내외적 변수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와 올해 한국 증시를 가장 잘 예측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윤수(사진) 상무는 하반기 증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대표적 비관론자인 그는 이번에도 "일시적으로 500선이 무너지며 450선까지 추락할 위험이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덧붙였다. "하반기 말로 접어들며 수출 모멘텀이 살아날 경우 83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LG투자 포럼'에서 박 상무는 "올 하반기 주식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업 설비투자와 매출증가의 예상치 변화가 큰 만큼 지수가 하단 500포인트와 상단 750포인트 사이에서 50% 폭(250포인트)이나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박 상무가 가장 중요시하는 증시 예측 포인트는 기업의 매출이다. "주가는 기업 이익 자체보다는 이익의 원천인 매출액의 추세적 증가에 따라 평가됩니다." 매출은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 얼마나 잘 팔고 장사를 잘 했느냐를 말해주는 '실적의 출발점'이자 '이익의 질'이고, 이 매출액 증가 폭과 설비투자 증가율의 함수 관계를 통해 주가지수 예측치가 나온다.
1분기 기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 매출액 증가율 전망치를 2.3%로 낮춰 잡을 경우 설비투자가 2.1% 증가하면 주가 전망치는 680선이지만, 하반기 경영 환경이 기업에 더 불리하게 전개돼 설비투자 증가율이 0.3%에 그칠 경우 주가는 450선으로 급락할 수도 있다.
다만 그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하반기 수출 모멘텀이다. "하반기 말로 접어들수록 미국의 기업 수주 사이클이 회복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 한국의 수출 모멘텀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기업의 설비투자는 증가하게 되고 증시는 낙관적인 매출액 증가율 전망치를 빠른 속도로 반영해 단기간에 830까지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신규 설비투자의 증가에 의한 추세적인 상승장은 아니더라도 미국 제조업의 재고와 수주 사이클이 반등하면서 나타나는 단기 상승장은 가능하다는 의미다.
박 센터장은 "하반기 중에 경기가 추세적으로 상승전환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수요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이든 한국이든 소비자들의 과도한 부채가 가계를 짓누르고 있어 하반기 소비가 되살아 날 가능성이 낮고 공급 측면에서는 중국에 이어 미국마저도 달러 약세를 통해 자국 제품의 수출을 늘리려 하는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경제 변수에 따라 변동이 심할 것인 만큼 박 센터장은 국면별로 포트폴리오를 달리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로 수출이 어려워지고 카드채 문제 등으로 내수시장이 둔화되면 기업의 매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주식시장도 약세국면에 머물 경우 배당 소득에 초점을 맞춰 LG석유화학이나 KT&G, 한국가스공사 같은 고배당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올 하반기 말 미국 제조업체들의 수주 증가로 수출모멘텀이 살아날 경우 초과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종목은 수출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정보기술(IT) 수출주들이다.
수출 회복이 의외로 강하게 진행돼 기업 이익이 빠른 속도로 좋아져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면 대신증권 등 증권주를 주목해야 한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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