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열풍이 거세다. 문화센터마다 강좌를 2, 3개씩 늘려도 열리기 무섭게 마감될 정도다. 열풍을 만드는 주역은 특히 20∼30대 여성. 방송을 통해 소개된 '다이어트 요가'의 영향이다. 과연 요가를 하면 날씬해질까? 전문의들은 직접적인 감량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이나 근육과 관절을 유연하게 함으로써 몸 곳곳의 통증을 푸는 데 요가가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땀 빼기는 싫다!
서울 강남의 한 요가 강습소. 늦은 오후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강습소를 가득 메운다. 3분의 2는 여성. 한 20대 직장여성은 "디스크 초기여서 과격한 운동을 할 수 없어 의사가 요가를 권했다"고 말한다. "늘 무겁고 뻐근하던 몸이 요즘 개운하다"고 했다. 한 여대생은 "헬스센터에서 하는 힘든 운동은 스트레스가 심해 친구 권유로 요가를 시작했다"며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가볍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을 마친 한 여성은 "아나운서를 지원하기 위해 복식호흡을 연습하러 3개월간 요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는 이유는 가지각색. 공통점은 요가가 심하게 뛰거나 땀내는 운동이 아니라 접근이 쉽다는 것이다. 원래 '치우침을 바로잡는다'는 뜻의 요가는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쓰게 함으로써 몸의 균형을 잡고, 강도도 높지 않아 운동을 처음 시작하거나, 통증으로 운동이 하기 싫은 이들에게 매우 적합하다.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써라
현재 보급되는 생활건강으로서의 요가는 스트레칭 운동이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소장은 "서구의 스트레치운동과 인도의 요가는 호흡법을 빼면 기본적으로 같은 운동"이라고 말한다. 즉 관절이 움직이는 범위를 넓히고, 오래 앉아있는 습관 등으로 짧아진 근육을 늘려준다. 결과적으로 근육 이상으로 비뚤어진 자세를 바로잡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 어깨 허리 등의 통증을 덜 수 있다. 동작에 따라 근력을 키우거나, 장기의 위치를 거꾸로 해 장운동을 활발히 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는 "관절염이나 디스크 등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차츰 원래의 통증보다 움직이지 않으면서 파생되는 근육의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며 "아픈 사람일수록 요가 같은 스트레칭부터 차츰 근력강화운동의 강도를 늘려 나가면 통증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늘 같은 자세로 앉아있거나 작업을 하는 직장인이나 학생, 스트레스로 근육통에 시달리는 사람, 거동이 불편한 노인, 병으로 운동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이들에게도 요가는 유용한 운동이 될 수 있다.
만병통치는 아니다
그러나 체중감량 효과라면 요가의 칼로리 소모 효과는 낮은 편이다. 물론 강도가 낮아도 오랜 시간 계속하면 어느 정도 감량은 되겠지만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부적으로 뱃살만 빼거나 다리만 날씬하게 한다는 효과도 개인에 따라 가능할지 모르나 별 근거는 없다. 다만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풀어줌으로써 식탐을 조절하거나 대사율을 높이는 등 간접적인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 한국요가협회 김광백 회장도 "몸의 균형을 되찾아 질병이 없게 하고 체중도 조절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요가는 신체이상을 치료하는 운동도 아니다. 골격 이상은 근본적으로 수술이 필요하며, 요통을 없애거나 관절 주위 근육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면 병원에서 운동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박 교수는 부상을 막고 스트레칭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요가하기 전 뜨거운 사우나를 하는 방법을 권한다. 사우나는 물리치료처럼 관절을 유연하게 해 요가할 때 인대·근육의 손상을 막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요가를 하고 난 뒤 관절이 아프다면 찬 얼음찜질을 해야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요가 초보자 주의점
요가는 정적인 운동이나 자기 한계를 넘는 자세를 멋모르고 시도하다가 다칠 수 있다. 요가를 배우다 디스크가 악화하거나, 무릎이나 어깨의 관절 파열, 연골의 마모, 골절 등 부상을 입고 병원을 찾는 일이 있다. 요가 초보자가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보자.
묘기 요가는 무조건 피하라
초보자가 따라하기 어려운 자세를 보이며 경탄을 자아내는 요가 강사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요가 본연의 목적은 어려운 묘기가 아니라 균형을 되찾는 것이다.
개별적 진단을 받아라
내 몸의 어디가 어떻게 치우쳐 있는지 진단할 줄 아는 강사를 선택한다. 몸의 이상과 한계는 제각각이다. 특히 나이든 사람일수록 강사들이 쉽게 취하는 자세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시원하게 아픈 정도가 한계다
통증은 몸이 무리하고 있다는 아우성이다. 억지로 참으면서까지 아픈 동작을 취할 필요는 없다.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까지만, 점차 범위를 넓혀간다.
남의 도움을 받아 누르지 마라
근육을 늘리기 위해 반동을 주거나 힘껏 누르는 동작은 특별히 유연성이 필요한 운동선수에게나 필요하다. 선수조차 충분히 스트레칭하고 난 마지막 순서에서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이나 인대가 찢어지는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도움말 김광백 한국요가협회 회장·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배하석 교수
시중엔 디스크, 요통을 씻은 듯 낫게 한다는 고가 요가 강습도 있다. 수백만원씩 받으며 개인 레슨도 받고, 간혹 요가를 신비화하기조차 한다.
그러나 병 고치려고 요가를 배우려 한다면, 요가강습소보다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필요한 치료는 물론, 운동처방도 병원에서 받을 수 있다. 요통체조, 관절염 환자를 위한 운동 등 질병에 따른 운동법이 병원에서 체계적으로, 값싸게 처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법에도 순서가 있어 관절 돌리기, 근육 잡아당겨 늘리기 등 관절운동 팔씨름, 벽밀기, 다리꼬아 서로 밀기, 아령, 팔굽혀 펴기 등 근력강화운동 걷기, 자전거 등 심폐지구력 운동 레크레이션 운동 등으로 강도를 높여야 하며 개인에 맞게 처방받아야 한다.
전문의들은 "해당 근육을 강화하고 통증을 덜려면 의사의 운동처방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엉뚱하게 병을 고친다고 고액을 요구하는 일부 요가 강습자에게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한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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