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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서울 중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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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서울 중독증

입력
2003.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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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권력과 부와 인구가 서울에 집중된 이른바 '서울 공화국' 체제는 국가 권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추진된 결과지만 시종일관 그랬던 건 아니며 그럴 필요도 없었다. 초기에 사람이 몰려들게끔 해놓으면 이후부턴 '시장 논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철도의 호남선 복선화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부고속도로부터 건설하겠다는 결정 자체에 이미 이후 '눈덩이 사태'를 야기할 엄청난 동서(東西) 불균등 발전의 씨앗이 숨겨져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지방의 낙후를 지방 탓으로 돌리거나 그 이유를 들어 지방에 대한 적극적 지원에 반대하는 건 전형적인 '피해자 탓하기'다. 그런데 이런 피해자 탓하기를 시도하는 주장들이 버젓이 신문지상에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지방우대 정책이 비효율과 하향 평준화의 위험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칼럼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 칼럼의 필자들은 한결같이 '차분하게' '신중하게' '장기적으로' '체계적으로' 등과 같은 하나마나한 말만 했을 뿐 그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지 말고 진실을 말해보자. 잘못된 구조를 조정하는 일에 일시적으로 비효율과 하향 평준화의 요소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지방우대 정책은 그러한 전제를 안고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정작 따져봐야 할 것은 현 서울 공화국 구조의 비용, 그 구조를 바꾸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 구조 조정 이후의 수익 등을 비교하는 일일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그 어떤 종류의 구조 조정도 단기적으론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이거야말로 장기적으로 보아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서울 공화국 체제는 정치경제적인 현상일 뿐만 아니라 사회심리적인 현상이기도 하다는 걸 염두에 두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한국인들의 '우우 몰려 다니는 행태'는 무작정 비판만 할 일은 아니다. 우우 몰려 다녀야만 안전과 번영을 꾀할 수 있었던 과거 역사의 산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동시에 우우 몰려 다니기가 국가적으로 큰 문제를 낳기도 하더라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으며 현 서울 공화국도 오래 전부터 그 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이는 단기적인 비효율과 하향 평준화라는 평가 기준이 안고 있는 문제가 그 만큼 크다는 걸로 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지방 살리기'를 위해 지방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린다고 가정해보자. 단기적으로 보자면 비효율과 하향 평준화의 요소가 있을 게다. 그런데 과연 내내 그럴까? 죽어도 서울에서 살아야 한다며 서울로의 진군에 필사적으로 뛰어드는 각 분야의 수 많은 인재와 기업들이 꼭 서울로 가야만 하는 건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오히려 문제는 적어도 그런 심리적인 동기 부여나마 될 만큼 지방에 대한 지원이 없었거나 '과소'했었다는 탓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마당에서 '과잉' 지원의 문제를 걱정하는 건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닌가?

한국 사회를 오직 서울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서울 중독증'은 사스 이상으로 무서운 병일 수 있다는 걸 한번쯤 생각해보자. 진정한 '상향적 경쟁'을 위해서도 서울이라고 하는 지리적 이점으로 크게 한 몫 보는 기존 시스템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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