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다자회담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비록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조건부로 내세웠지만 지금보다는 한단계 진전된 제안으로 평가된다.북한의 수용 배경에 대해서는 상황논리에 따른 전술적 대응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추가적 조치'가 언급된 데 이어 미일 정상은 '더 강경한 조치'를 천명했다. 한미일 3국이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북 강경책에 무게를 두고 있음이 분명해져 북한이 유화 제스처를 쓰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담화에서 "회담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면서도 핵 문제를 여전히 '순수한 조미간 문제'로 규정하는 등 실질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또 지난달 베이징(北京)회담이 북한의 의도와 달리 양자회담의 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데다 미국이 '새롭고도 대담한 제의'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회담 형식에 융통성을 보이고 있다는 모양새를 갖춘 뒤 미국을 움직여 실질적인 양자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 담화가 한미일 3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고도의 전술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일 정상이 "북핵 문제를 둘러싼 향후 회담은 한국과 일본이 포함돼야 한다"면서 5자 회담 개최 방침을 밝히자 중국은 "북·중·미 3국이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3자회담의 속개를 주장하고 나섰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한일 양국의 참여 문제 때문에 대화가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대화우선주의를 밝혀 저마다 이견을 노출시킨 상태다.
그러나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이 베이징 3자 회담이후에도 미국과의 대화를 원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번 담화를 북한의 미국에 대한 사실상의 대화 제의로 받아들이는 전문가들도 많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다자회담 수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 자체는 진전된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입장이 바뀌었는지를 속단하기는 어려운 만큼 지금으로서는 한미일 3국간 외교적 해결책 조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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