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올인'), 전통주 업계('술의 나라') 등으로 소재를 넓혀온 SBS 드라마가 이번에는 영화계에 손을 뻗쳤다. '충무로 키드'의 야망과 사랑을 그린 SBS 특별기획 드라마 '스크린'(극본 임채준, 연출 이승렬)이 '천년지애' 후속으로 31일 첫 전파를 탄다.예쁘고 착한 데다 능력까지 갖춘 여자와 그를 질투하는 친구의 대결 등 이야기의 뼈대는 상투적이다. 그러나 월간지 영화기자 출신의 작가를 내세워 영화제작 과정과 영화사간 M&A 등 '은막' 뒤의 치열한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파격적 캐스팅도 화제다. 네 주인공 가운데도 가장 비중이 큰 김소현 역을 맡은 김태희(23)는 이제 막 연기 첫 발을 뗀 신인. 2000년 '화이트' 광고를 시작으로 주택은행, 삼성전자 마이젯, 한국화장품 칼리 등 무려 7편의 CF로 얼굴을 널리 알렸지만, 드라마 출연 경력이라고는 지난해 방송된 SBS 시트콤 '레츠고' 한 편이 전부다. 그런 그가 시종 극의 흐름을 주도해가야 하는 큰 배역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까.
"오디션 볼 때는 '꼭 배역을 따내자'고 욕심만 부렸는데, 막상 발탁돼 촬영에 들어가자 걱정이 앞서고 어깨가 무거워요.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아직 서툴기는 하지만 지금 이 페이스대로만 간다면 시청자들을 실망시켜 드리진 않을 거라고 자신해요."
그가 맡은 소현은 극장주이자 유명 영화감독의 딸로, 어려서 부모를 잃지만 타고난 재능과 불굴의 의지로 극장 매표원에서 시나리오 작가 겸 프로듀서로 성공하는 인물. 명석하고 잘생긴 영화사 기획실장 박태영(박정철)과 인간미 넘치는 영화감독 김준표(공유) 사이에서 일과 사랑 양쪽에서 어릴 때부터의 라이벌인 유학파 프로듀서 송유라(오승현)와 한 판 대결을 펼친다.
그는 "고아지만 매사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니고 밝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소현의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캔디 같은 이미지를 살리려고 첫 녹화에 앞서 긴 생머리를 어깨 길이로 잘랐다가 감독님에게 육두문자 섞인 야단을 맞고 하루 종일 울었다"며 "그 덕에 오히려 긴장을 풀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는 귀띔도 했다.
여자 연예인으로는 드물게 서울대생(의류학과 4년·휴학)인 그는 "연기자로 나선 이상 이제 학교 얘기가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어릴 적부터 꿈꿨던 의상 디자이너와 갑작스럽게 열린 연예인의 길을 두고 망설이던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간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받으며 연기에 평생을 걸기로 마음을 굳혔다.
선과 악, 이중성을 지닌 배역을 실감나게 소화해내는 심은하를 가장 닮고 싶고, MC로도 활동하고 싶다는 그는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이 하루의 피로를 싹 씻을 수 있도록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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