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국방예산 증액 방침을 밝힌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국방부는 자주국방, 병영시설 개선과 장병 복지 증진, 주한미군 이전 대비 등 불가피한 예산 소요에 따라 내년도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으로 늘린다는 원칙 아래 예산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천문학적 국방예산의 증액은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군비경쟁을 부추겨 한반도 평화 실현을 저해한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방예산을 둘러싸고 벌이는 국방부와 시민단체간 논란은 기획예산처에 국방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제출되는 31일을 고비로 증폭될 조짐이다.국방부의 증액 논리
국방비 증액은 노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주국방론'을 바탕으로 강한 추진력을 얻고 있다. 노 대통령은 국방비의 GDP 대비 3% 확보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데 이어 3월15일 국방부 업무보고 때도 이를 재확인했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내년도 국방예산을 GDP 대비 3.2% 이상, 더 나아가 3.5% 수준으로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이 맡아온 기능을 한국군이 대신하기 위해서는 공격용 헬기(AH-X), 차세대 유도무기(SAM-X), 공중조기경보기(E-X) 등 그 동안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당초 계획보다 훨씬 늦춰진 사업의 조기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는 자주국방 이외에도 노후할 대로 노후한 병영시설 개선과 장병복지 증진을 위해 예산증액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강조한다. 장병 사기와 복지 증진을 위한 내무반 및 독신자숙소 개선은 국방부가 내세우는 'GDP 대비 3% 확보론'의 핵심 근거이다.
국방부는 소대 중심의 내무반을 분대 단위의 침대형 구조로 바꾸고 사병들의 봉급도 인상하기 위해서는 내년 예산의 증액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영시설의 상당수는 아직도 1950∼60년대 수준으로, 사회 발전 속도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져 있다"면서 "침상이 비좁아 '칼 잠'을 자는 병사들이 많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보이는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의 이전 대비 비용도 추가 예산소요 요인. 국방부는 내년 예산안에 용산기지 이전에 대비한 부지 확보 비용으로 3,400억원 정도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기 국방부 기획관리실장은 "안보가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북한의 대남 위협과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국방비 증액은 현실적인 선택"이라며 "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의 반발
시민단체들은 '북한의 위협'과 '미래의 불확실한 안보 위협' 등 국방부의 현실 인식을 부정한다. 북한 위협론은 과장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한국의 국방비 누계가 이미 80년을 전후해 북한을 능가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군사력에서 남한이 북한에 훨씬 앞서 있다고 보고 있다. 2003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약 150억 달러로, 북한 당국이 공식 발표한 국방비 약17억 달러의 10배에 이른다.
시민단체는 또 우리나라의 국방비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준'으로 산정하게 되면 이미 GDP의 3%를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한다. NATO 기준이란 국가정보원과 해양경찰 등 사실상 국방 기능을 대신하는 기구의 예산을 국방예산에 포함시키는 산정 방식. 따라서 우리나라의 국방비가 GDP의 2.7%에 불과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일관된 지적이다. 또한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과 현행 군 구조와 병력을 그대로 두면서 발생하는 비대한 경상운영비도 비판의 대상이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박기학 정책위원장은 "국방비 삭감과 군비 축소로 과감히 발상을 전환함으로써 평화 군축의 기초를 닦아야 할 시점"이라며 "국방부가 내세우는 장병 복지 증진예산도 사실상 군축의 큰 틀에서 보면 불필요한 소모성 경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정부가 말하는 자주국방은 미국의 첨단 무기 도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대미 종속이 더욱 심화할 우려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의 예산안 심의에 앞서 각 부처의 예산안을 조율하는 기획예산처는 국방부의 예산 소요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정부 재정 형편상 증액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정호 기자 azure@hk.co.kr
● 참여정부의 적정 국방비는
최근 국방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참여정부가 안보·국방비전으로 '정예강군 육성' '국방태세 확립', 그 세부 발전과제로 '자주적 방위역량의 조기구축'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군 역할의 증대를 위해 주한미군에 의존했던 조기경보와 정보능력, 첨단 무기체계 등을 단계적으로 확보해야 하며, 무엇보다 예산의 뒷받침이 절실하다.
올해 초 국방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은 국방예산은 자주적 방위역량의 확충과 열악한 장병 병영생활의 획기적 개선에 중점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 '국방비의 수준'이다.
국방예산은 1970년대 후반 GDP 6%대 수준을 유지하다, 80년대 후반에는 4%대, 90년대에는 3%대로 감소, IMF 금융위기를 계기로 2% 수준까지 떨어져 현재는 2.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국방예산의 지속적인 삭감은 결국 전력투자비의 지속적 감소와 신규 투자여력의 절대적 부족으로 연결돼 전력과 방위산업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실제로 방위산업의 가동률은 80년대의 65∼75%대 였으나 현재는 50%대로 떨어져 있다.
이러한 현실로 군은 국방비의 절대 부족을 호소하고 있지만, 민주화추세와 함께 경제개발 분야와 사회복지 분야의 수요 증가로 정부 예산 가운데 국방비는 경제개발비 교육비에 이어 3위로 하락했다.
우리가 보는 국방비의 적정수준은 우리의 안보 위협수준에 맞아야 한다. 분쟁 대치국이라고 일컫을 수 있는 국가들의 국방비 부담률은 2001년 기준으로 평균 6.3%이므로 우리도 한·미동맹 없이 순수하게 우리 힘으로만 국방을 유지하기 위해 이 수준에 맞춰야 한다. 물론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상당부분을 절약할 수 있지만 현재의 국방비 부담률 2.7%는 우리의 경제력 수준(GDP기준 세계 13위)으로 보아 너무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국방비전의 달성과 장병의 사기 향상을 위해서 국방비는 최소한 IMF 위기 이전 수준으로 환원돼야 하며, 이를 위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내야 한다. 또한 국방비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평가·감독기능이 보강돼야 한다.
박 주 현 한국국방연구원 국방경제실장
● "GDP대비 3%" 찬반 논거
국방비의 GDP 3% 확보는 안보를 위한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주장이다. 미래의 정보·과학전 대비, 기술집약형 군으로의 전환, 첨단 군사력 건설을 실현하려면 장기간의 준비가 필요한 점을 감안했을 때 이 정도의 국방비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은 안보위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면서도 국방비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방비 부담률은 세계 평균수준(3.5%)에 훨씬 못 미치는 2.7%이다. 국민 1인 국방비 부담액도 303달러로 우리와 안보상황이 비슷한 이스라엘(1,678달러) 대만(472달러)보다 적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각국 국방비의 규모를 제대로 산출해 내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3,8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국방예산은 천문학적 규모이지만 미국 GDP의 3%에 불과하고, 450억 달러에 달하는 일본의 국방예산은 세계 2위이지만 일본 GDP의 1%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시민단체는 "국방부의 논리대로라면 국방비 규모가 세계 상위 10개국의 국방비 총액보다도 더 큰 미국의 국방예산이나 남북의 국방비 합계보다도 무려 3배나 많은 일본의 국방예산에 대해서까지 아직 적정 규모에 이르지 못한 작은 규모라고 주장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반박했다.
/김정호기자
北군사비 50억弗 추정
북한의 군사비는 얼마나 될까. 정부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3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10기 6차 회의에서 올해 예산 지출총액 114억9,529만 달러의 15.4%인 17억7,028만 달러를 국방비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14억9,000만 달러의 국방비를 책정해 놓고 실제 50억 달러를 사용했으며 올해도 지난 해와 같은 규모를 집행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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