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도시하루 지음·문종현 옮김 달과소 발행·9,000원
아프리카 서해안의 작은 나라 시에라리온. 인구 450만의 이 나라는 가난과 끊임없는 내전에 시달려 사는 게 말이 아니다. 국민의 평균 수명이 25∼35세로 세계에서 가장 짧고, 아이들의 3분의 1이 다섯 살이 되기도 전에 죽는다.
'세계에서 수명이 가장 짧은 나라'는 이 비참한 나라에서 인도적 활동을 펼치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속으로 2001∼2002년 이 나라에서 일한 일본인 의사 야마모토 도시하루가 쓴 이 책은 열악한 조건에서 분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정열과, 끔찍한 상황을 견디면서도 웃음과 인간미를 잃지 않는 그곳 주민들의 모습을 꾸밈 없이 전하고 있다.
다섯 살 꼬마에게 마약을 주사한 뒤 총을 쥐어주고 전장에 내 보내는 반정부군의 만행 등 지독하게도 어둡고 비참한 현실을 목격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믿음과 생명의 소중함을 돌보는 사명감으로 열정을 바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지은이는 일방적인 미화 없이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오히려 그들도 먹고 자며 성욕을 해결해야 하는 보통 사람들임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국제적 자원봉사 활동이 특별한 몇몇 사람만의 의무가 아니라 누구나 관심을 갖고 참여할 만한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특히 국제적 자원봉사 활동이 '베푼다'는 우월감에 사로잡혀 현지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이뤄지는 것은 '인도주의의 탈을 쓴 문화적 침략행위'라고 비판한다.
그가 속한 국경없는의사회는 1996년 서울평화상과 1998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3,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이 단체 소속으로 세계 80여개 국에서 일하고 있지만, 한국인 참가자는 아직까지 없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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