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일산시에 사는 주부 박지연(32)씨는 최근 양문형 냉장고를 새로 장만하려고 백화점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국산 제품이 제너럴일렉트릭(GE), 월풀 등 외산 제품에 비해 품목도 훨씬 다양했고 성능도 우수했기 때문이다.국내 가전 업체들이 보급형 가전제품에 이어 양문형 냉장고, 프로젝션 TV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에서도 외국산을 누르고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의 위상 강화를 계기로 해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GE와 월풀이 장악했던 양문형 냉장고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의 '지펠'과 LG전자의 '디오스'가 약진을 거듭해 올 들어 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95% 이상 치솟은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소니, 도시바 등 일본산 제품이 맹위를 떨쳤던 프로젝션 TV 시장도 1998년부터 역전되기 시작해 올들어 국산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벽걸이 TV 등 디지털 TV에서는 국산이 이미 대세를 장악했다.
2000년까지 외산이 80% 이상을 차지했던 드럼 세탁기 시장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하우젠과 트롬을 앞세워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자 지난해부터는 국산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에서 국산 제품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 노력 덕분이다. 실제로 드럼 세탁기의 경우 외산 제품은 5㏄가 주력이지만, 국산은 대용량을 선호하는 소비자 기호에 맞춰 7.5㏄에 이어 10㏄까지 나와있다.
또 양문형 냉장고도 외산 제품이 아이보리색 일색인데 반해 국산 제품은 하늘색, 금색, 붉은 색 등 다양한 컬러를 이용해 인테리어 감각을 살리고 아파트 생활을 하는 소비자들의 패턴에 맞춰 소음을 대폭 줄인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
가전 업체들은 안방시장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는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7개국에서 양문형 냉장고 시장 1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는 올들어 유럽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의 4대 유통 체인인 베스트바이와 시어스 등에 양문형 냉장고 판로를 개척, 양문형 냉장고 본고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전 시장은 뜨거운 품질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외산을 누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철저한 시장조사 등을 토대로 각국 문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다면 세계 시장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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