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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學力차이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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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學力차이 인정하자

입력
2003.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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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우리의 미래가 교육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교육의 본질 중 하나는 학습자 개개인의 소질과 특성을 신장·발전시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 개인차나 실력차를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영역에 따라 개인의 능력이나 소질이 다를 수 있고, 같은 내용에 대해서도 개인에 따라 적합한 교수·학습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에 의한 차별적 분배가 용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일반 직장에서는 실력이나 능력에 따라 연봉이 다르고 성과급이 다른 것이 쉽게 용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직 사회에서는 거의 용인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전국의 땅값과 집값이 천차만별임을 쉽게 인정하면서, 학생들의 실력이나 능력이 천차만별임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 교육 무용론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위선(僞善)의 제도화를 야기한다는 차원에서 학교 교육 유해론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학교 교육 무용론이나 유해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능력이나 실력차를 인정해야 한다. 유능한 교사를 우대해야 하며, 실력 있는 학생을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의 실력차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의 대입전형제도를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이 차별화되어 있고, 대입전형의 방법이나 절차, 전형자료 등이 어떠하냐에 따라 초·중·고 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대입전형에서 학력이나 학교의 특성, 교육내용 등에서 나타나는 학교간 차이와 학생간의 실력차를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

고교 내신성적을 강조하는 현행 대입전형에서는 개별 학생의 실력차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교 내신성적을 산출할 때 학교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교간 학력차의 실상을 밝힌 연구에 따르면, 어느 해에 1,847개 고교의 수능성적과 내신성적을 분석한 결과 재학생 전원이 수능 전국 상위 10%이내에 드는 학교가 3 곳인 반면, 재학생 중 1명도 상위 10%이내에 들지 못하는 학교가 823개나 되었다고 한다.

또한 내신성적 부풀리기로 인해 수능성적이 비슷한 수준의 학교들끼리 '수(秀)'를 주는 비율이 40%정도 차이 나는 것이 보통이었다. 수능성적에서 최저 수준을 보이는 학교들이 최고 수준을 보이는 학교들보다 '수'를 주는 비율이 더 높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400점 만점인 수능성적의 학교 평균이 360점 이상인 학교가 많이 있는가 하면, 평균 100점이 안되는 학교도 상당했다고 한다. 이처럼 고교간 학력차가 매우 크다는 것은 학생간의 실력차도 아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교 1등이라고 해도 같은 1등이 아니며, 평어(評語)가 '수'라고 해도 같은 '수'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의 대입전형에서는 내신성적을 산출할 때 학교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우수한 고교의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단위 학교든 개별 학생이든 누가 실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는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단군이래 최저학력'이라는 용어를 기꺼이 사용할 정도로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능가하고, 조기유학이나 교육이민이 증가하며, 학교붕괴 혹은 교실붕괴 현상 등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 밑바닥에는 대입전형에서 학교차 혹은 개별 학생의 실력차 불인정이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백 순 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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